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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55)



어제 빨래를 겨우하고 집으로 올라갔는데, 뭐랄까, 올라가고나 비가 내린다. 그나마 들어왔던 전기가 끊겨버렸다. 그리고 천둥 번개가 치더니 다시 멈추고. 그렇게 전기가없는 밤은 왔다. 노트북 전원으로 아이폰을 충전한뒤, 그 99%를 확인하고 잠이 들었다. 몇시쯤이었을까? 한 새벽 1시쯤이었나? 다시 방이 밝아졌다. 불이 들어왔냐고, 아니. 밖에서 다시 천둥 번개가 치기 시작한 것이다. 쉬지 않는 번개는 클럽의 사이키마냥 밖을 계속 밝게 만들었다. 사이키가 울려대면 번개가 오는것은 당연지사, 쉬지 않고 번개가 내리치는 만큼 엄청나게 큰 번개소리도 계속 된다. 잠시 잠이 깻다. 그렇게 아프리카의 우기는 오나보다.

아침에 일어나니 예상대로 카풍아는 안개로 덮여있다. 하루종일 안개로 덮여있었던듯하다. 그리고 밤새 폭우가 내린 효과로 많이 추워졌다. 일주일 전만해도 덥다고 그랬는데, 이제는 춥다. 춥고 비가 오는날에는 진료소에 그렇게 환자들이 많이 오지 않는다. 어지간 하면 다들 집안에 있나보다.

당뇨약을 받으러 한 환자가 왔다. 정부병원에서 당뇨 약을 계속 받아오다가, 정부병원의 약이 떨어지자 우리 진료소로 온 환자. 물론 정부병원에서 어떠한 약을 먹었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다. 이곳 진료소로 옮긴지 2달째, 처음에 왔을때 한 가지만줬더니 혈당이 나아지지 않는다. 두번째 왔을 때 약 하나를 더 추가했다. 그래도 나아지지 않는다. 드디어 오늘은 세종류의 약을 주었다. 다음번에 올때는 나아질까? 2주뒤에 오라고 이야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달뒤에 오는 이 사람들. 다음번에 왔을때는 혈당조절이 가능했으면 한다.

사실 아프리카에 또는 저개발국가에 대한 원조나 의료지원들을 생각하면서, 내 최종적인 목표는 지속가능한 원조 및 어느정도후에 자립이 가능할것 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만나는 당뇨나 고혈압의 환자들을 보고 있다면, 묘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것은 이동네 의사들의 몫이 아닐까 라는 생각 말이다. 물론 스와지랜드에는 의과대학이 없고, 그렇기에 대부분의 의사들을 외부에서 수입(?!)해서 쓴다. 그렇기에 주요 큰 병원에만 의사들이 있고 중소병원/진료소등에는 간호사 및 조산사만 있는 상황이다. 과연 이들에게 외부 NGO나 NGO가 하는 진료소의 의미는 무엇일까?

긴급구조의 개념이 아닌 장기적으로 NGO가 한곳에서 오랫동안 진료소를 하는것이 과연 옳은것일까? 나는 그것을 원하는 것일까? 물론 개인적으로는 이곳에서 몇년이건 몇십년이건 살라고하면 살 수 있을듯하다. 환자를 보고, 자연과 벗삼아 살고, 운동을 하고 말이다. 근데 과연 외부에서 온 나라는 존재가 이곳에 지속적으로 계속 있는 것이 옳은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염성 질환의 경우 예방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비-감염성 질환의 경우 예방은 많이 힘들다고 생각한다. 결국 비감염성질환(만성병)의 경우 대부분 같이 그 병과 살아간다는 이야기이다. 아프리카에는 감염성질환이 높은 편이지만 이제 만성병의 비율도 늘어나고 있는듯 하다. 과연 이들에 대한 올바른 접근법은 무엇일까?

질병이 발생해야. 환자가 생기고, 그환자를 치료해야지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 의사의 삶이다. 한편 그 질병을 없애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것도 의사다. 근데 그 질병이 사라진다면 의사의 역할은 사라지게 된다. 과연 내가 이곳에서 의사로 있을때 내가 취해야 하는 위치는 어느 곳일까?

오후가 되니 다시 비가온다. 날씨는 계속해서 춥다. 아마 더 이상 환자는 오지 않을듯 하다.

그틈에 한 환자가 왔다. 젊은 20대 초반의 환자. 진료소를 찾아온 이유는, 약을 받기위해서이다. 개인적인 처방(?!)에 의해서 이미 중국약국에서 한약을 구입했고, 그 한약을 refill 하러 온 환자다. 경제적으로 자립이 가능한 상황인데, 또다시 중국 약국을 방문하는것이 아니라, 진료소에 왔다. 다행히도(?!)난 한의사가 아니고 진료소에는 한약이 없기에, 거부를 했지만. 뭐랄까 또 묘한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내가 생각하는 또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위가 어떠한 의사의 위치에 있는것일까 하는부분.

스와지랜드의 의료시스템을 망가트리고 있지는 않나? 라는 생각들 말이다.

비가오고 날씨가 추우니 평상시 오던 환자들이 오지 않아서 그런것일까? 환자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고민만 늘어나는 듯 하다.

Kaphunga, Swaziland, Africa
31/10/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