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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51)



어제는 진료소 일기를 올리고 바로 자버렸다. 진료소일기 업로드를 확인하고, 침대에 살짝 엎어져있었는데, 그 상태로 12시까지잠들었다 (5시간가량) 역시나 12시가 되니까 바람이 들어와 추웠고, 창문을 닫고 이불을 덮고 다시잤다. 그렇게 12시간을 잤다. 아프리카 체체파리에 의한 수면병도 아닌데 그렇게 잠들다니- ㅎ 그렇게 개운안 하루가시작 되었다.

몇주전 일기에 나왔던 환자, 그리고 지난주 월요일 일기에 나왔던 환자가 왔다. 간질발작이 있어 뜨거운물 을 쏟아 왼쪽볼 전체를 화상입었다는 환자 말이다. 전에 보고나서 매일 오라고 했는데, 오지 않더니 오늘은 왼쪽 볼에 붉은 무언가를 바르고 왔다. 오늘 온 이유는 아들이 아파서라고 했긴했는데, 저 정체불명의 붉은 가루가 의심스러웠다. 이야기를 들어본즉, 그건 다른 정부병원에서 이야기해준 처치라는 것이다. 남편의 권유(?!)로 다시 정부병원에 갔고, 그 모 정부병원에 있는 간호사가 (의사는 없다), 어떠한 연고와 시중에서파는 Soil (흙으로 추정)을 섞어서 화상부위에 바르라고 해주었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유분 및 수분이 강한 연고를 바로, 그것을 보존 해줄만한 흙을 바른다면 뭐 수분유지는 되겠지만, 그 흙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그냥 바른 다는것이 의심스러웠다. 흙에서 추출해낸 화상용 드레싱제제가 있는것인지, 아니면 그냥 정말 쌩 흙을 바른 것인지 의심스러웠다.

흙에서 추출해낸 또는 가공한 흙을 통한 화상 드레싱 제제라면 다행이지만, 그렇게 멸균상태로 제조되었을것 같지도 않은더러,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았고, (약국에서 구입한것이 아니라 시내에서 구입했다고 했기에), 또한 그렇다고 한들, 만약에 감염이 일어난다면 어쩔것이란 말인가... 그리고 의사가 아니라 간호사가 (또는 간호사가아니라 조산사일 가능성도 높다) 해준 이야기라는 것이 더욱 걸렸다.

사실 그런 처치를 해준, 정부병원으로 향한 분노도, 또는 그런 처치를 받아드린 환자를 향한 분노도 생기지 않았다. 나를 향한 자책과 분노만이 남았다. 결국 내가 환자가 원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하고, 환자의 마음을 진료소로 이끌지 못했기 때문에, 환자는 그냥 집에 있었고, 또한 그런 결과로 그 정부병원을 가지 않았을까? 물론 드레싱이 아프기도 하고 또한 이들이 싫어할만한 붕대를 오랫동안 얼굴에 대고 있어야 한다. 사실 그 환자는 얼굴에 붕대를 대는것을 싫어했다. 매일 붕대를 조금씩 얼굴 밖으로 밀어내곤 했다.

다른 어떤것보다 내가 환자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렇기 때문에 환자가, 확실하지 않은 방법으로 화상관리를 하고 있다는것이 속상했다. 환자와 Rapport 를 쌓는것은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서와 스와지에서의 방법은 다른가보다.

점심때가 다가올때 어떤 환자가 왔다. 아주 심한 복통을 주소로 왔다. 차마 걸을 수가 없어 휠체어를 빌려달라고 할 정도였다. 배가 매우 아프고, 식도에서 타는느낌이 느껴지고, 토할것 같다고 했는데, 의식 까지 없다. 아니 의식은 왔다 갔다 거렸다. 눈은 풀려있었고 게다가 동공반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너무 밝은 대낮의 아프리카 여서 그랬을까? 아니면 정말로 동공반사가 없던것일까...

어찌되었든 단순한 복통은 아닌듯 싶었다. 어서 의사가있는 정부병원으로 옮기는것이 좋을듯해서 시내의 만찌니 병원으로 가보라고 이야기를 했다. 근데 차가 왔는데도 사람들은 그 환자를 휠체어에 앉쳐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떠들고 있는 것이다. 의식이 없다는것은 꽤 심각한 문제인데 이들은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차가 오고나서 30분동안 떠들고 나서야 떠나는 것이다. 그리고 오렌지를 까서 환자의 입에 먹이려고 하면서 (물론 내가 말렸다. 목에 걸릴수도 있고 또한 만약에 하나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은 공복인상태가 옳기 때문이었다)

무언가 한국에서 자라온 나로써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있다. 의식을 잃어가는 환자가 있는데, 서로 웃고 떠들고 있고 30분이나 출발을 지체하다니. 내일쯤이면 소식을 다시 들을 수 있을 듯 하다. 별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Kaphunga, Swaziland, Africa
25/10/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