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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48)



별다를것 없는 하루가 지나갔다. 사실 지금 시간은 오후 1시일뿐이고, 앞으로 8시간 정도를 더 깨어야 있어야 하지만, 특별한 일없이, 개에게 항생제 주사 주기, 책 읽기, 조깅 하기, 샤워하기, 빨래걷기, 그리고 올라가서 불어공부학, 와인마시기, 트위터 하기 정도만 남아있는 하루이다.

사실 오늘 진료소에서도 별로 특별한 일도 없고, 게다가 오전진료만 있는데다가, 주말의 시작이니 별다른 느낌은 없는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짧게 느낀게 있고, 기록하고 싶은 환자가 있었다.

11시 30분쯤, 아마 이제 진료소의 문을 닫을때가 다가올 시점, 한 환자가 왔다. 낮은 목소리에, 거대한 몸, 그리고 험악한 인상. 딱 봐도 거인인 느낌이다. 그리고 신발은 없었고, 옷은 오래되 보였고 지저분하고, 찢어져 있다. 그리고 안씻은지 오래 되었는지 안 좋은 냄새들이 많이 난다. 그리고 주증상은 왼손 약지손가락의 상처. 상처가 깊고, 손이 많이 부어있다. 그리고 심한 냄새가 난다.

사실 정체불명의 신원에, HIV여부를 모르는 환자가 외상을 주소로 오게되면 우선 꺼려지게 된다. 내 몸을 사리게 된다.

그래도 어쩔 방법이 없다. 장갑을 끼고, 베타딘 솜으로 소독을 시작한다. 그리고 소독하면서 냄새는 점점더 심해진다.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대충 드레싱만 하고 보내고 싶은 생각, 그래도 할것은 해야겠다는 생각, 이런저런 생각. 그러던 중에 머리속에 한 구절이 떠올랐다.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것이 나에게하는 것" 이라는 마태오 복음서의 구절.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 환자가 이러한 인간의 모습을 가장한 예수라면 어떤것일까? 과연 예수가 내앞에 손을 다쳐서 왔다고 할 찌라도, 내가 이렇게 귀찮은 생각, 일찍 보내고 싶은 생각이 들것인가?

그리고 환자의 얼굴을 봤다. 그리고 눈을 마주쳤다. 환자의 눈을 통해 그 안에 숨어있는 누군가를 보았다.

그뒤 나의 태도가 변하였을까? 아니면 환자는 내 마음을 읽은것인가? 드레싱을 끝내고 붕대를 감은다음 소염제와 항생제를 줬다. 그리고 나니 환자는 방긋 웃는다. 그리고 연신 고맙다 라는 말을 하고 나간다. 환자에게 월요일에 다시 보자고 했다. 환자는 또 고맙다며 월요일날 오겠다며 하고 떠난다.

기분이 묘했다. 무엇이 이 환자가 그렇게 나에게 고마움을 표시 하도록 만들었을까? 정작 그순간 내가 환자에게 고마움을 느껴아하는 순간이었는데 말이다.

매번 그러한 생각이 들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매일매일 진료소로 오는 이동네 사람들, 옷을 잘입고 깔끔한 사람부터 시작해서, 옷이 없거나 아니면 단벌옷을 너무 오래 입어 냄새나고 찢어진 사람들 모두다 말이다.

날씨가 더워진다.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싶지만,
카풍아에는 맥주 따위 없다. 물이나 마셔야지

Kaphunga, Swaziland, Africa
21/10/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