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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45)



온몸이 뻐근하다. 아 정말 뻐근하다. 어제 오랜만에 장거리 운동을 해서 그런것일까? 아니면 어제 바베큐를 굽느냐고 불을 피우느냐 부채질을 너무 열심히 해서일까? 아니면 지난 토요일에 쉬지 못하고 시내에 다녀 와서일까? 오늘 아침에 눈을 떳을 때는 꼭 오늘이 일요일이기를 바랬다. 좀 쉬고 싶어서, 하지만 날짜는 17일이었고 요일은 월요일이었다. 그런거 없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 근데 왠닐이니, 문정성시를 이룬다. 요즘들어 날씨가 좋아져서 점점 환자가 느는 기분은 들었지만. 요즘처럼 미리 부터 문앞에서 기다리는 적은 처음이다. 게다가 보조를 해주는 친구가 지난주에 바뀐관계로 일처리도 늦고, 정신없이 진료를 보다보니 오늘은 11시 30분이 되서야 숨을 쉴 수 있었다. 3시간동안의 스트레이트 진료- 보통은 2시간이나 1시간 반인데, 또는 주중에 한두번 3시간은 있었는데, 요즘은 매일 이렇게 3시간 스트레이트다. 몸도 지치는데 환자도 많다니, 참 ㅎㅎ

한 환자가 왔다. 이동네 사람치고는 않게, 깔끔하게 옷을 입고 왔다. 차트를 보니 지난번에 UTI/STI증상이 있어서 항생제를 여럿 받아갔던 환자다. 이번에 온 이유는. Oral Pill (경구용 피임약)을 받아가기 위해서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진료소에는 경구용 피임약이 없다. 있는 것이라고는 정부에서 기증해 주고간 콘돔밖에, 환자에게 말했다. 우리는 피임약이 없다. 정부병원에 간다면 주사를 공짜로 놔주기도 하고, 약이 있다면 경구용제제를 받을 수도 있다고, 정부병원에 가보라고했다. 환자의 표정은 매우 아쉽다는 표현이다.

근데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피임에 대해 경구용 제제나 주사 보다는 콘돔을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아프리카라는 배경하에서 말이다. 경구용제제를 먹거나 주사등을 맞으면 많이 간편하고 또한 남자와 여자 둘다 좀더 거리낌없이(?!)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곳은 아프리카라는 것이 함정이랄까? 사하라 이남에서의 HIV(+)는 매우 높은편이고, 지난번 일기에서도 밝혔듯이, 스와지 성인 4명중 한명은 HIV(+)환자다. 물론 HIV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성병들이 있다. 클라미디아 질염, 그리고 남자든 여자든 임질, 성기사마귀등 여러 성병들이 돈다. 과연 이런 높은 STI Infection Rate인 상황의 나라에서, 물리적으로 양방의 성기를 보호하지 않는 피임법이 과연 효과 적일까? 물론 임신은 되지 않겠지만. 다른 성병들은 어떨까?

오후에 또 다른 환자가 왔다. 남자환자 소변을 볼때 아프고, 진물이 나온다고 한다. 아침에 그 환자에 이어서 오늘도 성병환자의 천국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에게 물어 봤다. 최근 2주 사이에 성관계를 가지거나 또는 성병을 옮길 수있는 가능 성이 있었냐고, 환자는 거리낌 없이 말한다. 3일전이라고- 역시나. 이런저런 항생제들을 챙긴다. 근데 지난 2개월 반동안 잊고 있었던 기본 성병치료 원칙이 떠올랐다. #파트너와동시에치료한다.

지금까지 왜 난 파트너를 치료할 생각을 하지 않고 증상이 있어서 온 환자만 치료 하고 있었을까? 남편만 치료해도, 반대로 아내만 치료해도 반대되는 배우자가 계속 그 균을 가지고 있으면 사라지지 않을텐데 말이다. 근데 이것은 우리의 성-관념 의 틀안에서만 유효한 상황. 물론 이곳에서도 결혼하는 사람이 있고, 부부 관계가 있고 애인관계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Multiple Sexual Partner (6개월이내에 2명이상)로 정의 되는 사람도 많은 편이고, 위에 있었던 말처럼 다들 콘돔을 사용안한다. 그냥 주사로 피임을 하든지, 아니면 그냥 관계를 가지고 출산을 해버린달까.

그러다보니 미혼모가 많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타부시 되지 않는다. 남자친구는 있고, 그남자친구의 아이도 있지만, 헤어질 수 있는것이고, 결혼은 남자든 여자든 그러한 관계를 지내온 다음에, 서로 어느정도 안정적일때 결혼을 한다. 내가 한국에서 가져온 성-부부-가족관 과는 다른 편이지만 그래도 이것이 이들의 풍습이니까.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풍습. 그리고 1:1 성 파트너가 아닌 개념. 그리고 배우자가 바람을 피웠을때 맞바람을 피우는 성평등(?!)등이 이 지역의 높은 HIV/STI 감염율을 뒷바침 하지 않나 싶다. HIV/STI만이라도 다른 developed 국가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Burden of Disease 가 많이 줄어들텐데 말이다.

아프리카. 아니 사하라 사막 이남, 의사로써 보건학자로써 할 일은 많아보인다. 근데 내 생각과 내가 배워온 방식이아니라, 이들의 문화에 맞는 이들의 방식에 맞는 방법으로 접근하는것이 어려울뿐이지-

오늘 저녁에는 Ice Coke 와 새우깡이다- 하하 만찬이다 XD

Kaphunga, Swaziland, Africa
17/10/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