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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43)



금요일 오후다. 그렇니까. 주말이다. 행복하다. 사실 오전에 환자들이 조금씩 끊이지 않고 계속 계속 있었던 관계로 3시간 연속 쉬지 않고 환자를 봤더니 오늘은 정말 쉬고 싶은 그런 기분이다. 그래도 주말이라니. 오후에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가족에게 전화를 하고, 조깅을 하고 씻으면 저녁먹을 시간이 오겠지? 일주일이 참 빠르게 지나간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그 환자가왔다. 일기 (42)의 방문진료 때 보았던 발이 붓는다던 그 HIV(+)환자. 그때는 길거리에서 환자를 봐서 제대로 병력도 못들었고 신체진찰도 못했는데, 진료소에와서 환자의 병력을 자세히 듣고 그리고 신체진찰을 하다보니, 이거 뭔가 이상하다. 우선 양발이 붓는다고 했다. 특히 오른쪽 발이 심하게 붓는다고 했다. 카포시육종이나 아니면 다른 진균감염으로 생각 하고 있었는데, 환자가 이쁘게 자신의 다리를 눌러준다. 아. 손가락으로 눌렀고, 그리고 그 눌린자리가 올라오지 않는다. 이건 간경화 환자에게서 보이는 부종의 현상.그리고 환자는 말한다. 자신의 배가 점점 커져 가고 있는다고, 하지만 거미줄형 혈관상은 나타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복수는 확실히 있다.

이 환자는 지난번에도 말 했듯이, 결핵 약을 먹고 있는데, 그 약의 독성으로 인해서 귀가 안들린다. 근데 이제는 간도 안 좋은것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질병은 HIV(+), HIV 항바이러스 제제 약은 먹고 있다고 의료기록지(진료소의 것이 아닌 정부의 HIV환자 관리 차트)에 는 나와았는데 CD4+ 숫자도 안나와있고 ALT/AST소견도 안나와있다. 무엇을 해 줄 수 있는 것일까? 이렇게 안좋은 일들이 겹칠 수 있는 것일까?

보통 HIV(+)는 그렇게 큰 위험이 되지 않는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이후 면역력(CD4+)이 떨어지면서 기회감염이 늘어가면서, 일반적인 정상인에게는 잘 생기지 않는, 결핵이라든지, 곰팡이라든지, 기생충이라든지 에 대한 감염이 많아 진다. 우리몸은 그런 균에 싸울 힘을 잃고 HIV(+)환자들은 AIDS(후천선면역결핍증)상태로 넘어가게 되며, 결국 이런저런 감염등이 생긴다.

사실 이 환자는 몇주전까지만해도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그리고 병원에서 다시 퇴원했다고 했다. 근데 내가보기에는 이환자는 다시 병원에 입원해서 복수와 부종치료를 받고, 영양상태 개선 및 항결핵제 내성 결핵검사도 다시해야할 것 처럼보인다. 근데 그런 환자가 퇴원을 하고 집으로 돌아 왔다라,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일이 아니기를 소망한다.

또 다른 환자가 왔다. 환자는 천식이 있다고 천식약을 받으러 왔다고 했다. 정부병원에서 약이 떨어졌다고 한다. 아, 스와지의 정부병원. 근데 환자의 증상이 좀 심한듯 하다. 심지어 말하면서 까지 심하게 기침을 하고 있다. 심한 천식이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데, 환자의 기침에서 가래가 느껴진다. 그렇니까 가래가 껴있는 심한 기침인것이다. 천식이기는 한거 같은데, 혹시 다른 감염성 질환이 의심된다. 이동네에서 흔한것은 역시나 폐렴/결핵. 물어봤다. 혹시 폐렴/결핵에 걸렸냐고, 환자가 말한다. 결핵에 걸렸다고. 그리고 약을 먹고있다고, 음 결핵에 걸린 환자구나. 음 결핵에 걸린 환자니까, 이동네에서는 결핵은 흔하니까.

그게 아니다. 일반인이 결핵에 걸렸다면 아주 안 좋은 영양상태라든지, 엄청난 스트레스라든지, 또는 스와지랜드에서는 HIV(+)를 의심해봐야 한다. 다시한번 물었다. HIV검사를 해봤냐고, 환자가 말한다. HIV(+)라고, 그렇니까 이환자는 HIV(+)에 결핵에 천식인것이다. 순서대로라면 천식-HIV(+)-결핵이겠지, 근데, 천식과 HIV(+)라니 내가 배운 짧은 면역학적인 지식으로는 천식은 자신의 면역력이 강해지기에, 기본적인 자극에도 심한 반응을 일으키는 과면역반응이고, HIV(+)는 우리몸의 면역세포가 그 기능을 잃어버리는 질병인데, 무언가 어색하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믿기에는 HIV(+)상태가 되고 CD4+ 가 떨어진다면, 알레르기성비염,천식,아토피피부염,루푸스등의 자가면역질환의 증상이나 발현도(?!) 가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도대체 뭘까?

지난 일기이후, 한 정형외과 선생님의 피드백에 의하면 스와지는 전세계에서 제일 높은 HIV(+)감염률을 가지고 있고, (공식기록은 성인의26% 하지만 다른 보고에서는 그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몇년전 스와지랜드 국가조사로는 33%내외, 이곳 진료소에서 체감하는 감염률은 60%), 그로인해 전세계에서 제일 낮은 평균수명 (32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거같기도하다. 하루라도 HIV(+)환자를 안 본날이 없는것 같으니까, 하지만 반면에 한국에서는 한 외국인여자가 목욕탕에 들어가려는데 AIDS환자 임이 의심 된다고(확증도 아니고 단지 의심이다), 목욕탕의 입욕을 거부 당했다고 했다. 과연 우리가 외국에서 당하는 인종차별등을 가지고 부당하다고 외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차별 그리고 동남아 사람들에대한 폄하, 흑인에 대한 엄청난 편견들.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라면, 대한민국 또한 살기 힘든나라이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진료소의 문을 열어놓고 있는데, 한 환자가 왔다. 정확히는 한 환자와 그의 친구들 두명, 사실 진료시간 이후에 오는 사람들을 보면 고민에 빠지고 만다. 진료시간 이외이기에 이들의 진료를 거부해야 할까?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까지 왔음으로 진료를 봐야 하는것일까? 계속 진료시간 이외에 진료를 봐주면, 나만의 시간과 내가 쉬어야 하는 시간이 사라지지는 않을까? 사람들이 진료시간을 무시하고 그 이후의 시간에도 계속 진료소를 온다면 어떻게 되는것일까? 이런저런 고민들이 많아지는 시간이다. 지속가능함을 위해서는 무엇이 옳은 것일까?

날씨는 좋다. 그래서 인지 요즘들어 언덕을 뛰다 보면 힘들다. 평지로만 뛰어야지.
Happy Weekend!

Kaphunga, Swaziland, Africa
14/10/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