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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42)



맑은 날이다. 가벼운 면바지를 접고, 쪼리를 신고, 한 치수 작고 오래 입어 색이 바랬지만, 그만큼 오래 입어 내몸에 딱 맞추어진 피케셔츠 하나를 입고, 메신저 백을 둘러매고 출근한다. 오늘은 출근하는길에 주변에 좀 더 집중하기로 했다. 평상시에는 아이폰을 쥐고, 밤새 있었던 트위터의 일들을따라가려고 하지만, 오늘은 아이폰은 가방에 넣고, 한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길을 보면서, 주변을 보면서 출근했다. 사실 아침에 방문앞에 개 두마리가 제대로 누워있길래 개 사진을 찍었는데, 필름을 감고 보니 e100vs였다. 아 내 필름, 눈물이 났다. 정말로- 주변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참좋다. 염소들이 지나가고, 소가 풀을 뜯고 있고 그리고 나무들과 풀들이 보인다. 좀더 주위에 집중 할 수 있었던거 같다.

진료소에 도착하니 몇 환자들이 있다. 오늘은 환자들의 양해를 구하고 환자들의 사진을 찍었다. 3살먹은 아이와 같이온 엄마 그 둘을 같이 찍은 사진. 10살먹은 소녀가 5살먹은 자신의 동생을 데리고와서 같이 찍은사진. 이렇게 환자들의 사진도 하나둘씩 내 필름속에 기억이 된다.

드디어 Fluconazole 을 구했다. 드디어 진균감염 환자가 왔을때, topical 제제인 연고만 주는것이 아니라 경구를 통한 치료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격. 한알에 2000원이라니, 한국의 약전 과 흡사한 책이 있어서 찾아보니 한국의 5년전 가격은 50mg,경구용제제일경우 2760원/T라고 했다. 물론 보험이 되면 더 싸겠지만 한국에서도 비싼약이다. 이곳은 200mg이기도 하지만 2000원이라니, 한국에 비하면 싼것이 아니냐 라고 말을 하겠지만, 28개들이 짜리 3박스를 구입한가격이 대략 1000란드였다. 대략 이곳 노동자 평균월급이다. 비싸다. 그래도 HIV/AIDS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진균감염에 사용할 수 있겠지 :)

오랜만에 다시 방문진료를 갔다. 사실 요즘 센터에서 사용하는 4x4가 고장나서 2륜구동 경차를 가지고 이동하는데 그렇기에 방문진료가 그렇게 쉽지는 않다. 사실 오늘 방문진료의 주 타겟은, HIV(+)이며 AIDS상태로 되어버린 환자가 멈추지 않는 설사를 한다고 하기에, 걱정된 마음으로 갔다. 근데 문제는 그 도로가, 우리의 자동차로는 갈 수 없는 길이라는것이다. 길을 가다가 차를 멈추고 청진기와 약가방을 들고 내렸다. 반대편을 보니 정말로 아름다운 스와지랜드의 산간지역 그리고 그 사이의 골짜기가 보였다. 아름답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길을 보니 사람만 지나갈 수 있는 길이 보였다. 자동차로는 갈 수 없는길. 사람만이 지나 갈 수 있는 길. 그런 길이었다. 상상은 했을까?

다행히 그길로 들어가고 있는데, 누군가 나왔다. 바로 그 환자다. 아직도 설사를 하는지 물어보니, 설사는 멈추었다고 이야기를 한다. 근데 영어로 이야기를 해도, 이 나라 말인 스와찌로 말을 해도 잘 못알아 듣는다. 혹시 다른 정신질환이 있는것이 아닌가 의문이 들정도로 이야기를 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그 뒤에는 결핵약을 오래 복용한 결과 귀가 잘 안들린다는 사실 이었다. 사실 결핵의 기본 치료법인 4제요법의 약중에서 간독성 이독성이 있는 약들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주기적으로 관찰을 하면서 약을 투여하지만, 스와지는 그런것 없이 모든 4제의 약을 한개의 알약으로 만들어서 60일치씩 3번 이런식으로 나눠주곤 한다. 그렇기에 한 종류의 약을 빼거나 멈추지 못하고 그냥 귀를 잃게 되는것이다. 무언가 속상한 일이다.

환자는 설사는 멈추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리를 보여줬다. 카포시육종이 보였다. 환자는 말한다. 한쪽 다리가 점점 부어간다고, 그리고 간지럽다고 말이다. 분명 다리는 부어있다. 근데 발톱등은 심하게 무좀균으로 인해 침범이 되어있고. 발등과 다리 조차 진균감염처럼 의심이 되었다. 게다가 HIV/AIDS환자. 내일 환자에게 진료소에 올 수 있냐고 물었다. 환자는 올 수 있다고 말한다. 진료소에는 KOH도 있고, 현미경도 있고, 슬라이드도 있으니 검사를 해서 균사체를 발견하게 되면 진균치료를 해야할것 처럼 보인다. 환자에게 내일 보자고 하며 이별을 고했다.

센터에 도착해서 샤워를 할 준비를 하니, 문 앞에서 사람들이 막 나를 부른다. 그리고 무언가 갈색의 족구공만한 물체를 나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이 묻는다. "What is this?", 무얼까 궁금해서 자세히 가서 보니, 거북이다. 응 그렇니까 자라나 남생이가 아니라 거북- 아프리카 스와지랜드 카풍아 한복판에서 거북이가 나타난것이다- 색과 모양을 보니 바다거북 처럼 보이지는 않고, 책에서 한두번 읽고 넘겼을만한 사막거북이었다. 그래도 이곳은 사막(!?!)이니까 다행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거북이가 닌자거북이 되어서 센터에서 살아 갈 수 없을텐, 저쪽 수풀이 우거진쪽으로 풀어주라고 했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그 거북을 들고 그 수풀이 우거진쪽에 풀어줬지만.

무언가 매일 매일 한곳에 빠져서 쉽게 시간이 가는 기분이다. 이번주 주말은 10월 15일이고, 이제 이곳 카풍아에 있을 날이 한달 반밖에 안남았다. 이제 적응해서 무언가 할 듯한 그러한 기분이 드는데, 벌써 두달반이 지나가다니, 시간이 참 밉게 빠르다. 이곳이 좋은데 말이다.

조금있으면 달이 뜰 시간이다. 어제보다 48분정도 늦게 뜰테니 달뜨는것을 보러 가야겠다.

Kaphunga, Swaziland, Africa
12/10/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