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41)


전기가 나갔다. 비가오는 것도 아니고 바람이 쎄게 부는 것도 아니고, 단지 맑은 날일 뿐인데, 나의 아이폰은 이미 죽어버렸고, 휴대용 대용량 급속 아이폰 충전기인 맥북 또한 2시간 16분의 전원만 고사하고 있다. 더 해가 지기전에 전기가 돌아와야 될텐데 말이다. 그래도 진료소 일기를 올리고, 아이폰을 완충할 만큼의 시간은 남아 있는것 같다. 역시나 Survival Africa 이다.

오전에 한 환자가 왔다. 53세 아주머니. 다양한 증상을 호소했다. 혹시나 건강 염려증이 아닐까 우려가 될만큼의 많은 증상들.

머리가아파요/배가아파요/변에서기생충발견/무릎이아파요/땀이많이나요/쉽게힘들어요/심장이불규칙적으로뛰어요

- 복잡하다. 사실 이러한 증상들을 영어로 적힌 차트를 보고, 하나하나 다시 다 문진한 생각을 하면 하늘이 노랗게보이기도 한다. 우선 기생충부터 해결 하기로 했다. 기생충은 한 가정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이 같이 먹어야 하기에 물어봤다. 집에 몇명이 살아요- 아주머니가 말하기를 매우 많이- 라고 한다. 음. 그래. 많은것은 아는데, 그래도 약은 줘야하니까, 몇명이 살아요? 다시 물었다. 아주머니가 밖의 대기실의 할아버지에게 물어본다. 할아버지가 대답한다. 대략 25명이라고 한다. 아.. 많다.그리고 소아용 위해 소아가 몇명인지 물어보니 5세이하 소아는 8명이라고 한다. 그렇니까 17명의 5세이상과 8명의 5세이하가 산다는 것이다. 은근 대가족이다. 어떠한 이유로 대가족일까?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아주머니의 진료를 마치고 할아버지가 들어오셨다.

69세 남자. 이 나라의 이 나이대의 할아버지 치고는 매우 건강해 보였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가지고 온 주 증상 3개 모두, 나의 영역을 벗어나 버렸다. 이가 아파요, 눈이 간지럽고 잘 보이지 않아요, 그리고 발기가 안되요. 였다. 그렇니까. 이 카풍아의 작은 진료소에. 매우 어려운 증상으로 다가오신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에게 자세하게 말했다. 이가 아픈것은 치과의사에게 가야하는데, 저는 치과의사가 아닙니다. 아마 시내의 치과의사에게 가보셔야 할듯합니다. 눈이 잘 보이지않는 것은 노안으로 인한것 같아 안경을 끼셔야 할것 같은데, 저의 진료소에는 시력검사기가 없습니다. 그리고 발기부전은,(정확히 할아버지는 Sex Booster 를 요구 했다.), 할아버지 나이대에는 쉽게 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안탑깝게도 진료소에는 비아그라 같은 발기부전 치료제가 없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반문한다. 치과와, 안과는 그렇다 하더라도 Sex Boosting 을 위해, 무언가 무언가 달라고, 사실 진료소에 약의 부가작용으로 성욕을 감퇴 시킬수 있는 몇몇 약들은 있어도, 발기부전을 도와줄수 있는 약은 없는데 말이다. 난 감했다. 그리고 잠시 왜 이 가족이 25명이라는 사실이 이해가 갔다. 할아버지는 이 진료소에서 무엇인가라도 받아가야 한다며 떼를 쓰시기 시작했다. 할아버지와 Sex Booster 문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사이, 교무님이 multi-vit 을 꺼내 주었다. 사실 저것은 HIV/AIDS 환자들에게 주는 약인데, 교무님이 꺼내시다니, 물론 10알 밖에 안 꺼내시기는 했지만 말이다. 할아버지에게 다시 말했다. 이 약(종합비타민제제)은 HIV/AIDS환자들에게 주는 약인데, 할아버지에게 드린다. 라고-

갑자기 할아버지의 얼굴이 피더니 껄껄껄 웃으시면서 좋아하신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말했다. 스와지 사람들은 약을 받아 갈때 고맙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왜냐면 고맙다 라는 말을 할때는 그약이 효용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 생각해보면 지난 2달넘는 기간동안 환자들이 약을 받아가면서 고맙다, 또는 Thank you 라든지 Siyabonga 라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고 다들 퉁명스럽게 떠나버렸다. 나는 이들의 비-배너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것은 이들의 관습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진료소를 떠나면서 말했다. 'Thank you' ?!?!?!?!?!?

그리고 할아버지는 부가 설명을 했다. 약에 대해서 고마운것이 아니라 당신의 설명에 대해서 고마운것이라고- (휴.....)

다른 감기 환자가 왔다. 근데 얼굴을 보니 익숙하다. 몇 달전부터 정신분열증으로 추정되었던 머리에 이상한 장식등을 달고다니고, 지나가던 나를 때리려 하거나, 야밤에 길거리를 혼자 중얼 거리면서 지나다니던 그 사람이었다. 근데 오늘은 얼굴도 말끔하고, 옷도 깨끗하고, 말도 잘 하면서 감기 증상이 있으니, 약을 받으러 왔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 환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정신분열증일까? 정신분열형 인격장애인것일까? 이인화장애인것일까? 아님 귀신들린것일까? 자세하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환자에게 직접 물어 볼 수가 없어 궁금증만 뒤로하고 가슴 깊숙한곳이 숨겨두었다.

심하게 기침을 하는 환자가 왔다. 이렇게 심하게 기침을 할경우는 폐렴이나 결핵밖에 없는데, 라는 생각을 하며 청진기를 돌리며 환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차트에는 다른말이 써 있었다. "Severe Coughing after teardrop" 그나저나 Tear Drop이 뭐지? 궁금해서 물어봤다. 환자가 말하기를 지난주 만지니에서 경찰이 쏜 눈물약을 맞고 기침이 심하게 낫다는것이다. 아 그렇니까 최루탄(?!)같은것이구나. 사실 스와지랜드도 국가는 부도직전이고 왕족의 사치로 인해, 국민데모가 일어나고 있고, 경찰과 학교 예산삭감이 일어나고 있어 파업등이 일어나고 있었다. 근데 이 기침하는 환자는, 그 데모에 나갔었고, 정부가 쏜 최루탄(?!)으로 인해 기침을 심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뭐랄까- 묘한 기분이 들었다. 며칠전 한국에서도 물대포.최루액. 등이 광화문에서 영도에서 강정에서 나타났다고 들었는데, 지구 반대편 스와지에서도 마찬가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기는 아직도 안들어왔다. 근데 이 일기를 쓰는 사이에. 달이 떠버렸다. 무슨 달이. 뿅 하고 떠버렸다. 오늘은 음력 15일 보름달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달이 뜨는것을 본것 같다. 행복하고 기분이 좋다. 월출 이라니- 하하

Kaphunga, Swaziland, Africa
11/10/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