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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40)



날짜는 기억하기 쉬운 10월 10일이다.

특별한 일들은 없다. 단지 조금 특별한 일이라면, 진료소에서 예진 및 통역등으로 도움을 주던 핀들레가, AIDS환자 교육 및 간호 교육을 받으러 3달간 시내로 갔다는 사실, 그 덕에 다른친구가 진료소에 도움을 주러 온 첫날이었다.

그래도 다행히도 영어는 구사해서 별 어려움은 없었지만, 역시 첫날이라서 그런가 일처리가 미숙하고 빠릿빠릿하지 못하다. 내가 예전의 핀들레에게 적응이 되어 있었던것 때문일까? 아니면 객관적으로 핀들레가 일을 잘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태생이 일을 못하는 사람을 좋아할수없는 내 성격때문일까? 몇몇 버벅 대는 모습을 보며 속이 터지는 내모습을 보곤했다.

사람이 일을 못 할 수도있고, 처음이니까 버벅 거릴 수도 있는 것인데, 가장 못 참는것은, 모르면 물어보지않고, 가만히 있는 모습이랄까. 그냥 어려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어딘가에서 처음일할때 저런 버벅거림과 가만히 있음이 있었을까 하고 말이다. 그래도 오늘이 처음이니까 어색하니까 긴장했으니까 그렇겠지라고 생각했다.

물론 내가 몸이 피곤해서, 신경이 날카롭고, 그리고 화나있다는 상태를 인지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새로운 사람에게 적응해 가고 있을때, 땀을 흘리고 있는 한 환자가 왔다. 앉으라고 권했더니, 앉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에게 무릎에서 물을 뺄 수 있냐고 물어본다. 혹시 관절염인하 하고 봤는데, 무릎이 부어있다 근데 무릎 뿐만이 아니라 왼쪽 다리 전체가 부어 있다. 그때 봤었던 한쪽다리가 부어 있는 환자와 비슷한 상태. 근데 오른쪽 다리도 조금 부어있고. 다리 전체에서 열이난다.

'무슨일이있었어요?','금요일에 넘어졌어요, 그뒤로 앉을 수 없을 만큼 다리가 부었어요'
증상은 그때와 똑같고, 그 할아버지의 최종진단명은 DVT, 근데 이 환자도 DVT를 의심할수 있을듯 하다. 게다가, 부인할 수 없는 외상력. 환자에게 이것은 단순히 무릎에 물이 차거나 이런게 아니라 다리 전체에, 혈관에 문제가 있는것처럼 보인다. 이곳 작은 진료소 보다는, 병원으로 가서 일을 처리하는것이 좋겠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환자는 알겠다라며 나갔다.

다행히도 환자는 남편과 같이 왔고, 남편은 차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둘다 영어를 할 수 있었다. 남편에게 말했다. 어서 빨리. 시내의 병원으로 가보라고, 작은 진료소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고 말이다.

근데 묘한 생각이 들었다. 과연이곳에서 내가 하는일이 GP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일반의 = GP로 보고 있지만 실제 GP는 일반이의 개념보다는 Family Medicine Doctor 와 비슷한 지위와 기능을 가지고 있다. 지난 주말 카페에서 만난 미국지원단체 소속 사람들도 내가 카풍아의 진료소에 있고, 의사라는 것을 밝히니, 아프리카의 작은 진료소에 진짜 의사가 있다니 라는 말을 하면서 놀란적이 있다. 근데 글쎄, 진짜 의사일까 내가? 의사의 기준이 다양하지만, 분과전문의도 아닌, 일반의 인데, 글쎄 잘 모르겠다.

이곳에 있다보니 정말 All Round Doctor의 욕심이 커져간다. 이러다가 다시 임상을 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까 숙소로 올라오다가 해가지는 순간을 보았다. 약 5분간 아무것도 안 하고 태양만 바라보는 시간. 그리고 그 능선 옆으로 펼쳐지는 수 많은 Swazi- High Land 의 능선들. 아름답다. 누군가에게 나누고 싶지만 그 어떤 카메라로도 못잡을듯 한 그런 광경. 이곳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이다. 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

이젠 집이다. 근데, 모기소리가 난다. 응? 안돼!!!

Kaphunga, Swaziland, Africa
10/10/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