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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38)



어제밤에 잠이 들기 전에는 개들이 짖어 대더니, 오늘 아침에는 닭이 울어댔다. 드디어 스테레오 돌비 서라운드로 울려대기 시작했다. 닭이 우는 시간은 5시 30분정도, 동이 틀무렵은 5시 가량이고, 5시 30분이면 이미 밝다. 그러니까, 밝아지면 닭들이 울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 방이 닭장과 무려 3m 정도나 떨어져있기 때문에, 그 닭의 소리를 너무나 잘 들을수 밖에 없다. 스와지의 시간대는 섬머타임들어간 유럽중앙시와 동일하지만, 실질적으로 생활시간은 두시간정도 빠르지 않나싶다. 어짜피 이들은 해가 지고나면 전기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의 생활이 힘들어 보이니까-

5시30분에 일어나서 두시간정도 침대에서 뒹굴다가, (정확히 이야기를 하면 트위터를 하다가 ) 일어나서 방문을 열었다. 정확히 하늘에서 내리쬐는 태양은 방문을 강타하고 내 눈을 부시게 한다. 아침 7시 30분인데 눈이 부실정도의 햇빛이라니- 이것도 축복이라면 축복이겠지.

지난 화요일날 왔던 화상환자가 왔다. 그렇니까 그 오래전부터 화상을 입어 드레싱을 받던 환자 말고, 화요일날 또 왔던 화상환자. 게다가 이환자 또한 간질병 환자이다. 간질병으로 화상을 입은 환자가 두명이었다. 이 환자는 이 동네 산다.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다. 하지만 종종 간질 발작때문에 쓰러져서 병원에 오곤한다. 하지만 이번에 입은 화상은 꽤 치명적이었다. 얼굴 왼뺨 전체와 어느정도 귀까지 침범한 화상. 그렇게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지난 화요일에 드레싱을 해줄때만해도 그렇게 심해보이지 않았는데, (화요일 아침에 입은 화상이었음), 이틀정도 지나고 다시 보니 많이 심한화상처럼 보인다. 물집이 잡혔다 터진 화상도 있고, 그렇지 않은 화상도 있고, 2도깊은화상과 얕은 화상이 섞여 있는듯했다. 그리고 그 다른 어떤 것보다, 화상때문인지 몰라도 얼굴 반쪽이 부어 버렸다. 마치 누구한테맞은것처럼 화상을 입은쪽 얼굴이 두배가 되어버린것이다.

보호자에게 묻는다. 아내가 간질약을 잘 챙겨먹느냐고, 보호자인 남편은 말한다. 먹는것 같은데 종종 까먹기도 하는것 같다. 이런 무책임한 보호자 같으니라고, 약을 꼭 챙겨먹도록 하게 했다. 내가 이곳에 온 두달남짓하는 동안에만 이미 두번간질발작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 입은 외상으로 진료소에 왔으니까- 다른 어떤것보다 약을 잘 챙겨먹어서 간질발작을 막고 그에 의한 이차 외상등을 막는것이 중요하지 않는가 라는 생각이 든다.

어제 오후부터 머리속에 드는 고민 들이 있었다. 어제 일기에도 있었던 부분, 신에게 모든것을 맞겨야 하는 그러한 삶을 살지 못하는 것에 있어서, 수도의 삶을 살지 못하는 내자신에 있어서 엄청난 우울감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두번째 고민이 다가왔다. 유물론적 성공에 가까운 삶을 살 고 있지도 않다는것. 물욕을 다 버리고 사는것도 아니며, 유물론적 삶을 살아가는 것도 아닌 그 중간의 상태. 이쯤 되었을때 선배가 예전에 해줬던 조언이 생각났다. 모든것을. 0과 1로만 정의하려 하지 말라고, 그 가운에 어떠한 점에 존재 할 수 있는것이고, 그 점에서 0을 바라보느냐 1을 바라보느냐가 중요한것이라고-

수도자의 삶과 유물론적 성공의 삶의 공존- 아니 그 중간에서 어느 한점을 살아 가는것인가? 이곳에 있는 동안 남을 바라보지 않고, 내 자신의 삶과, 환자와, 자연과, 그리고 성경과 신만을 바라보았었다. 그리고 단단한 내 자아를 만들어 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침에 2시간동안 뒹굴면서 친구의 페이스북을 보면서 무너진 내모습이었다.

운전면허도 없고, 차도 없고, 직업도 없고, 성적이 좋은것도 아니고, 외모가 뛰어난것도 아니다. 이미 유물론적인 성공과는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곳 스와지에서도 개인의 공간과 용돈을 가지고, 배부르게 밥을 먹고, 편히 쉬고, 트위터를 하는것을 보면서 수도의 삶도 아니라는것을 깨달았다. 과연 내가 바라보아야 하는 가치는 어느것일까? 아직은, 남과의 비교에서 자유로울 만큼 단단한 사람이 아닌 것인가?

벌써 해가 졌다. 졸린다. 사실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이 일기를 썻는지 모르겠다. 내일 아침 정신차리고 보면 기절 할 내용일 수도 있겠다.

Kaphunga, Swaziland, Africa
06/10/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