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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37)



아침 6시만 해도 해가 뜨고 따듯한 날씨더니 갑자기 7시 30분이 되니까 비가 내리쳤다. 그리고 8시 날씨가 매우 추워지고 바람이 불고 구름이 떳다. 쌀쌀한 날씨다. 어제만 하더라도 봄이니 뭐니 이런 이야기 하면서 왔는데- 이거 참 뭐니

날씨가 추워서 일까, 진료소에 환자들이 없었다. 역시 비가오는날은 비를 맞거나 또는 우산을 쓰고 서라도 나오는데, 비가 오는날은 다들 방에만 있나보다. 종종 진료소에 오는 환자들은 모피코트라든지, 롱코트라든지, 또는 담요등을 뒤집어 쓰고 온다. 그리도 추울까, 무슨 시베리아 한복판 폭설이 내리는곳에 있는 것도 아닌데, 이들을 보고있자면 그런 기분이 든다. 뭐 근데 너무나도 더워서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날에도 이친구들은 긴옷입고 잘 돌아다니는것 보면 각자의 뇌하수체에서 정해놓은 적정 생활 온도가 다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료소에 어떤 할아버지가 오셨다. 유치원아이들에게 전통춤을 가르쳐 주시는 할아버지. 나이도 꽤 있으시고 (라고 해봤자. 60대 중반..) 포스도 있고, 그리고 전통춤을 매우 잘 추신다. 감기기운이 심하다고 하셨다. 근데 보통, 말하면서 까지 기침하는 경우는 드문데, 말을 하면서 기침을 하신다. 때로는 말을 못할정도로, 하지만 천식의 과거력은 없다. 혹시나 하고 호흡음을 들어봤다. 아니나 다를까, crackles가 들린다. 지역사회감염 폐렴을 의심 해야 하나. 고민이 든다. X-ray라도 있으면 찍어볼텐데, 그것은 없고, 그래도 내 귀를 믿어 볼까 도전이 되었다. 어쩔 수 없다. 항생제를 주어야 겠다. 사실 기본적인 감염성 질환 등에 대한 항생제 사용법에 대해 아무런 개념이 없었는데, 몇주전 정리해 놓은 해리슨의 표가 보인다. 그래- 표에는 다행히도 지역사화감염 폐렴에 대한 항생제 처방법이 나와있다. 도움이 된다. 다행이다.

호흡음을 들어보려고 할아버지에게 상의탈의를 부탁드렸는데, 아. 몸이 좋다. 이런말 하면 안되는것을 알면서도 하게 되는데, 종종 지역 환자들의 Physical Exam(신체진찰)을 하다보면 깨닫는것이 몸이 근육이 피부가 다르다는것이다. 뭐랄까 신체적으로 정말 우월한 종족이랄까, 라는 생각이 든다. 호흡음도 잘들리고, 심음도 잘들리고, LN도 만질려고 할때는 잘 만져진다. 뭐랄까. 나에게는 좋은 기분이지만 같은 인간인데 이렇게 다를 수 있나 라는 생각이 드는것은 어쩔 수 없다.

할아버지의 차트를 보는데 앞에 이렇게 써있다. [아내 2명. 아이는 25명(총 35명이 었으나 10명이 죽었음), 부인1 13명, 부인2 12명, 큰아들 40살 막내아들 5살. 소 50마리 보유. ] 다들 25명의 아이의 수에 놀라겠지만 여기서 정말 중요한것은 아내가 2명이나 있으면서도 소가 50마리나 있다는 것이다. 즉 아내 2명의 집에 각각의 라볼라(결혼시 신랑의 결혼 지참금)을 소 3~5마리 정도씩 지불 했는데도 소가 50마리나 있다는 것은 정말 부자라는 이야기이다. 일부다처제가 가능하고, 또한 아직 부족사회인 국가-재미있는 가족관계이다.

지난 2004-2005년의 1년간의 아프리카에서의 경험과, 이번 카풍아에서의 경험이 나에게 선사해 주는것은 흑인이 어색하지 않다는 점일까, 잠시 2살정도 된 아이가 왔고, 여느때와 동일하게 아이를 안고 진료를 봤다. 이런저런 신체검진을 하고 아이의 손을 내 손바닥 위에 올렸는데, 그때야 되어서 깨닫는 사실. 이 친구와 나는 다른 피부색을 가지고 있다는것. 그때 서야 조금의 아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오후에는 방문진료도 없고, 진료소 시간도 아니었다. 오랜만에 오후시간에 책을 읽었다. 마더테레사의 전기. 뭐랄까- 내가 종교에 100% 귀의 하지 못했던 이유등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모든것, 모든 소유나, 사유재산과, 사유시간들을 버리고 그 안으로 들어가야만 하는 시험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신을 믿고 그신을 따르고 있다지만, 모든것을 포기해야하는 그 마지막 시험을 극복할수 없었기에, 선교사나, 수도자의 삶이 아니라, 다른 삶으로 이곳 아프리카에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멜랑꼴리하고 인피니트 새드니스한 날이다.
#nowplaying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ndess - Smashing Pumpkins

Kaphunga, Swaziland, Africa
05/10/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