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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34)



며칠간의 두통을 뒤로 하고, 오늘 아침은 별 일 없는 아침이었다. 다만 안개가 조금 끼어 있는 아침이었을뿐, 옷을 챙겨입고 빨래더미를 등에 이고 내려가는 길이었다. 내려가고 있는데 어떤 여인이 물어본다. 자신의 발을 가르키면서, 도와달라고, 출근 길이었기에 센터로 오라고 했다. 과연 올까 라는 의문과 함께

센터에서 진료를 보는데 아까 그 여인이 들어왔다. 발을 가르키면서, 무슨상처지 하고 봤다. 그리고 차트를 보니 몇주 전부터 계속 발에 있는 욕창비슷한 피부병으로 고생해왔던 환자다. 곰팡이 감염 같다. 물론 HIV/AIDS(+)환자이고, 센터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항-진균제 크림을 다 써본거 같다. 이제 남은것은 한국에서 가져온 단 한종류. 이정도로 많이 진균크림을 발랐는데도 낫지 않는다니, 사실 진균감염의 치료는 경구용제제가 우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렇게 낫지 않는 경우는 처음인데, HIV환자라서 그런건가? CD4+는 그렇게 낮지도 않은데..

마지막 남은 한국에서 가져온 진균크림을 줬다. 이것마저 들지 않는 다면 별다른 방법은 없는 듯하다. 그리고 우선 기본위생관리를 위해, 비누를 하나줬다. 내가 가지고 있는 마지막 비누인데, 뭐, 다음에 읍내나가면 사와아지. 발을 매일 깨끗이 씻고 그 위에 진균크림을 바르지 않는 다면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들었다.

사실 아프리카에는 진균(곰팡이) 감염이 참 많다.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도장빵이라고 불리는 ring-worm 환자도 많고, 스와지랜드 같은경우는 전세계에서 탑클래스에 속하는 국민 에이즈 감염비율을 가지고 있기에, 에이즈에 의한 합병증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구용 제제등을 사용하기가 힘들다. 아니 구하기가 힘들다. 나중에 한국에 들어가면, 돈을 모으든, 사람을 모으든 경구용 항진균제를 보내야 겠다.

뱀이 나타났다.

그렇니까. '비암' 이라든지 '뱜' 이라고 표현되는 동물 말이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있긴 하나보다. 난 뱀만보면 온몸이 얼어 붙는데, 이동네 사람들은 그렇지는 않은가보다. 몇몇 마개(우리나라로 치면 아줌마에 해당하는 호칭. 하지만 아줌마 보다는 마담 에 가까운 존칭이다.)들은 직접 뱀을 잡기도 하고, 우리 센터에서 일하는 현지인 남자인 툴라니는 잘 잡는다. 오늘 봤던 밤은 맘바(독뱀으로 추정되며 크고 굵은뱀)은 아닌가보다. 자그만한 뱀이었다. 우리의 마개가 머리를 한번 쎄게 때린다음 기절 시킨다음, 툴라니가 나머지 처리를 한다. 멋진 현지인들. 그리고 센터 정원등에 보이는 모든 뱀구멍들을 막기 시작했다. 센터에는 유치원도 있으니까.

한국에서는 왜 뱀잡는 법등을 배우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국은 정글이 아니니까 라고 넘겨본다. 아침에 출근할때는 소들이 길을 막고, 낮에는 뱀들이 나타난다. 저녁에 퇴근할때는 종종 개들이 보이고, 여러가지 동물들과 어울리는 아프리카다. (다행이도, 사자라든지 다른 맹금류는 없다.)

타임라인에서는 또 다시 물대포가 터졌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무엇이 잘 못된 것일까? 우리나라는? 같은 나이때의 청년들이 징병제라는 제도 때문에 (또는 휴전국가라는 상황때문에) 한쪽은 방패를 들고, 한쪽은 피켓을 들고 싸우는것이 무엇이 문제일것일까? 자기 들이 하기 어려운일 힘든일들을 아무것도 모르는 청년들을 잡아두고 강제로 시키는 것도 참 못났다 라는 생각이든다. 과연 좀 더 나은 세상은 올 것인가?

밖에서 일기를 쓰는데, 반바지에 반팔만 입고 있는데 이제 저녁바람이 춥지 않다.

이 세상은 어딘가 잘못되어 있다.

Kaphunga, Swaziland, Africa
29/09/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