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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32)



일요일이 지나고 상쾌한 월요일 아침. 날씨도 좋고 햇살도 좋은 월요일 아침이었다.

한 아이가 아프다고 왔다. 예전와 같이 감기 증상으로 온듯한데, 이번에는 엄마도 부정기적인 질 출혈 증상이 있어서 왔다. 엄마는 경구용 피임제제를 먹는 다고 한다. . 아마 경구용 제제 때문에 오는 질 출혈이라고 생각을하고 우선 경구용 제제를 끊업고 결과를 보기로 했다. 우선 부정기적인 질출혈인데 경구용 제제를 복용한다면 그 원인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93년생 산모. 근데 아이가 작년 5월생인걸로 봐서는 조금 어린듯하다. 아직 이제겨우 만 18살이 지났는데, 작년 5월 출산을 했으니까 만 17살때 출산을 한거다. 아- 무언가 머리속이 어지럽다. 차트를 보니 07년도부터 다녔던 환자다. 근데 07년도에 아직 초경이 없다는 기록이 있다. 그렇니까 만 13살까지만해도 초경이 없었던 아이인데. 3년만에 임신도 하고 출산도 한거다. 뭐지? 이 묘한 느낌은.

아이의 건강카드를 봤다. 무언가 남과 다르다. 저쪽 오른쪽 칸에 여러 바코드와 표시가 있다. 그리고 이렇게 써있다 *어머니가 에이즈 환자임, 18개월이후 확진검사 필요. 기본 화학예방법 시행중임 / ARVs대기중 * 뭐? 어머니가 에이즈 환자라고? 하지만 진료소내의 아기 엄마의 차트는 HIV기록이 없다. 단지 근 1년간 방문이 없었다는 것 밖에.

아기엄마에게 물었다. HIV검사를 받은적이 있냐고, 대답한다. 응. 그리고 양성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언제 진단받았는지 기억나요? 다시 대답한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더이상 아기엄마에게서 정보를 얻을 수 없음을 깨닫고, 아이의 건강카드를 봤다. 다행이도 산모카드가 있었고, 임신시 산전검사에서 HIV양성임이 나왔었다. 그리고 CD4+ 565.

다행히도 그렇게 면역력이 떨어져있는 상태는 아니다. 근데 아까 차트에서 보았던 기분나쁜 문구가 떠오른다. 보통 진료소 차트에 가임기 여성이오면 LMP, 최종월경일을 적는데 (임신가능성을 보고, 또한 잘못된 조제를 피하기 위함), LMP에 이렇게 써있었다. "Birth control by oral pills". 아... 이건아니잖아! 분명. 만 17세의 아이가 임신을 했는데 HIV(+)란 이야기는 남편/남자친구가 HIV(+)라는 이야기 이지만, 라볼라(신랑지참금)을 지급하지 못할경우, 헤어지고 다른남자랑 살거나 따로 사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구용 제제를 먹는 다는 이야기는. 임신가능성은 피할 수 있지만, 성병이나 HIV/AIDS의 방지는 못한다는 이야기 이잖아! 지난번에 HIV/AIDS환자가 콘돔을 가져 간것보다 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본인이 HIV/AIDS환자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고하고 어떠한 치료나 예방을 하지 않고, 특히 성관계에 있어서 콘돔사용을 하지 않는다니, 93년생이고,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이쁘장한 외모이기 때문에, Super Spreader 의 가능성이 높단 말이다. (신랑지참금을 동반한 결혼이 아닐경우, 아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연애를 하고, 성관계 또한 자유롭다.)

이러한 패턴으로 급속하게 HIV/AIDS가 퍼져나가지 않나 싶었다. 무언가 힘이 풀렸다. 아이엄마에게 말했다. 우선 경구용 피임약을 끊어보자고, 그리고 병원에가서 CD4+를 다시 체크해보고, 가능하다면 ARVs 치료에 들어가라고, 그리고 경구용제제 대신에 피임약을 사용하라고 했다. 하지만 환자에게서는 다른 어떤 긍정적인 반응이 보이지 않았다.

한시간정도 있다가, 이 동네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환자가 왔다. 그렇니까 여고생. 옷입은게 달랐다. 레깅스도 이쁘게 입고. 양말도 신고, 머리도 깔끔하고, 가방도 메고, 교복 치마와 조끼도 깔끔하게, 고등학생인데 무언가 성숙한 기분이었다. 아까 왔다간 93년생 아기엄마보다 더 성숙하고 뭐랄까. 응. 그래. 노련미가 있는 기분. 기본 증상은 요즘 흔한 기침과 콧물 그리고 눈의 알레르기이다. 보통 고등학생은 아직 성인이 아니니까, 성인용량의 약을 쓰기에는 조심스럽다. 그래서 다시 한번 생년월일을 체크하고자 출생년도를 봤다. 그녀의 출생년도는 1987. 응. 그래 나랑 2살밖에 차이나지 않는구나. 나도 어리니까.

응? 뭐라고?! 1987년생 고등학생이라고?! 생각해보니 1987년이라면 대학교도 졸업하고 남을 나이이다 이제는!!! 그녀에게서 풍겨왔던 성숙함과 노련미는 괜히 풍기는게 아니었다. 나이가 있기에 풍기는 것이였다. 왜그런지 이유를 센터 교무님에게 여쭈어보니, 아이 때문이라고 한다. 이나라에서는 10대에 임신이 흔하고 (아까 93년생 아기 엄마처럼) 그럴경우 학교를 다닐 수 없다고 한다. 그럴경우, 학교를 잠시 그만두고, 아이를 낳고, 돈을 모으고 돈이 채워진 다음에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는 말이었다. 몇년(아마 10년정도 전?!)에 봤던 한 영화에서 10대 산모의 학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가 있었는데, 이나라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25살의 우리나라 나이로 만 24살의 노련미가 넘치는 고등학생. 참 매력적이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되는 아프리카. 이곳에 있어서 행복하다.

Kaphunga, Swaziland, Africa
26/09/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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