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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30)



30번째 일기다. 사실 30번째 일기는 무언가 삐까뻔쩍하게 쓰고 싶은 생각이었는데, 비가 온다. 하루종일, 폭우는 아니고 보슬보슬내리는 보슬비, 그러다보니 환자가 없다. 오전에 채 10명이 오지 않았던듯? 한국에서 쓰던 병원에서의 속담 '유비무환'이라는 말이 적용되는 날이다.

며칠전 발뒤꿈치를 다쳐서온 아이가 또 왔다. 아무래도 그때 충분히 irrigation을 안한듯해서 물로 충분히 씻어주고, 소독하고 드레싱 해줬다. 근데 그 드레싱해준 붕대를 풀기전에, 무언가 이상한것을 느꼇다. 물론 5살 먹은 아이가 발 뒤꿈치를 다쳤을 때 부터 눈치 챘어야 했던것이지만, 이 아이는 신발을 신지 않는다. 게다가 이제 상처부위에 충분하게 상처를 보호해줄만한 분대가 감기고나디 더 뛰어다니는듯 했다. 물론 자기발은 편하겠지만, 붕대를 풀을때 느껴지는 고름들.. 이 보이니 기분이 묘해진다. 아이 어머니에게 말했다. 아이가 움직이 못하도록 하던지(이것은 불가능 하고), 아니면 아이에게 신발을 신기라고. 이야기를 했다.

신발. 어떻게보면 문명화(라고 쓰고 서구화 라고 읽는다)된 사회의 사람들은 다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문명화되지 못한(이라고 쓰고, 자신의 전통을 지키고 있는 곳)에서는 신발이 흔하지 않다. 문제는 그것이다. 신발을 신지 않는것까지는 좋은데, 그들의 환경은 신발을 필요로 하는 환경이라는것이다. 깨진유리와 날카로운 금속물질이 땅바닥에 없는 그런 세계라면 신발이 굳이 필요하지 않는데, 또 그러한 상황이고 모든 사람들이 신발을 신지 않는다면, 다들 땅바닥을 깨끗하게 하고 다닐터인데, 그런 상황이 아닌곳.

어설프게 서구화되어있기에 깨진유리와 날카로운 금속물질이 있고, 흔히 어른 또는 기득권 사람들은 신발을 신고 다니기에 땅의 건강이나 땅의 위생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아이들 또는 소외된 사람들의 발은 항상 다치기만한다. 정말 월드비젼이 하는것처럼 무료 신발 보급 (음 이것보다는 저가에 안전한 신발보급)을 해야하는것인가?

한국에서는 기본적으로 생각하던. 맑은물,전기,신발, 유엔이 인정한 인간의 기본권인 인터넷 접속 등이 새삼 귀하게 느껴지는 동네다.

이곳은 의과대학이 없는 나라임으로 대부분의 의사들을 수입(?!)해서 고용하고 있는데, 또하나의 부류는 치과의사다. 하지만 전세계 어디에서든지 치과의사들은 귀하기(?!?)때문에 이곳에서도 매우 드문데 그러기에 치열교정이나 하악수술같은것은 엄두도 못하고, 일반적인 충치치료도 힘든 상황이다. 그러기에 환자들이 치통으로오면 난감하다. 단지 내가 아는 치통에 대한것은, 아나프록스가 잘든다는 사실 하나뿐인데.

7년전 남아공에 있었던 한 Base에서는 Introductory Primary Health Care 라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기본적인 의료 훈련등을 가르치고 무의촌 등으로 사람들을 보냈었는데, 내 기억으로는 기본적인 suture 기술과 그리고 마취-발치 등의 기술도 가르쳤던것 같다. 새삼. 그당시 꼬꼬마 예과 시절에는 그런것들은 너무 심한 월권(?!) 행위가 아니냐 라고 생각했었지만, 실제 이동네에 살다보니 그런 기술이 필요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하다. 참 의사들이 없고, 있다 하더라도 그 의사에게 주어지는 전방위 진료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교육배경이었다.

다행이도 비가온다. 비가오고 물통이 차면 좀 나아지겠지. 동네 사람들은 좋아한다. 이제 씻을 수 있다고, 지나가 다 고인물들을 보니 노랗게 물웅덩이 주변에 꽃가루등이 뭉쳐있다. 이곳에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깜박했다. 봄이 오고 있다. 확실히, 그리고 알레르기 환자들도 오고있다.

Kaphunga, Swaziland, Africa
22/09/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