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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29)



수요일이다. 사실 수요일오후는 정신없이 바쁜 방문진료인데, 아직도 차를 기다리고 있으므로- 주말과 같은 오후를 보내고있다.
월요일 저녁에 비가온뒤로는 날씨가 추워졌다. 봄비인데(남반구인 관계로) 날씨가 더워지기는 커녕 추워진다. 바람이 서늘하다.

재미있는 가족관계의 환자가 있어 이야기를 하고싶다. 우리나라에서는 재미있거나 찾아보기 힘들 수 도 있지만 이동네에서는 그리 흔한 이야기.

아침에 출근하니 어떤 아이가 와있다. 증상은 콧물,기침,발열. 감기시럽을 주고 나서 다음 환자를 받았다. 환자는 아이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자환자, 그 이유는 아이와의 거리감이 느껴져서였을까? 아니나 다를까 그 여자환자의 주증상은. 결혼한지 2년이 넘었는데도 아이가 생기지 않아요- 였다.

그렇니까. 내가 이곳 카풍아 산골마을 진료소에서 GP(General Practitioner)를 모토로 하고 있다고 하더만. 어제는 suture환자였고 오늘은 첫 환자부터 불임환자라 이거지.난감했다. 갑자기 머리속에 작년 실기시험때 보았던 CPX항목들이 떠올랐다. 근데 CPX 항목중에서, 산전진찰(상담), 이나 아이의 성장, 금연, 금주 등은 기억이 나는데,불임상담은 없었던거 같다. 그렇니까 CPX항목은 넘어가고, 비뇨기과/산부인과의 불임 파트로 머리속에서는 책을 넘겼다.

우선. 환자에게 말했다. 아내와 남편이 동시에 검사를 받아보아야 한다. 아내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남편의 문제일 수도 있으니 두분이서 같이 정부병원이 비뇨기과/산부인과를 가보기 바란다 라고말했다. 근데 갑자기 환자가 웃는다. 아까 그 여자환자 앞에 왔었던 아들로추정되었던 그아이가 자기 남편의 아이라는 것이다. 순간. 난감해졌다. 응.그래..

그럼 여자쪽에 문제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라고 말을 하자 또 끊겼다. 자기 또한 아이가 두명이나 있다는것이다. 지금의 남편에게서 나온 아이는 아니지만.

그렇니까 결론은 다른 여자에게서 아이를 가졌던 남편과. 다른 남자에게서 아이를 가졌던 아내가,만났는데 2년째 임신이 안된다는거. 뭐랄까 이건 정말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가족관계였다. 아마 가계도 그리면 엄청 재미 있을만한.

학부때 산부인과 불임치료/수정관아이 를 가르쳤던 교수님들의 말씀이 떠올랐다. 너무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하지 마세요- 라는것.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임신하려고 노력할때는 임신이 안되다가, 오히려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순간 임신을 한 케이스를 여럿봤다. 가까운 가족도 그랬고, 몇년간 임신을 하려다 되지 않아, 결국 입양하려고 결정한 순간 그때 임신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한국에서는 불임이 이제 그리 어색하지 않은, 어찌보면 흔한 일이지만, 이곳 스와지에서는 매우 드물고 드물고 드문일이다. 아까 94년생 여자아이가 오더니 떡하니 임신 테스트기에 줄 두줄 긋고 떠나가기도 했으니까. 스와지에서 여러 경험들을 많이하고 간다.

밖에서 일기를 쓰다가 추워서 들어왔다. 몇일전까지만해도 한여름 33도 였는데, 뭐니, 다시 찬바람이라니.

Kaphunga, Swaziland, Africa
21/09/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