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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28)



어제밤에 비가내린 이후로 하루사이에 바람이 차가워졌다. 차가운 바람이 분다.

항상 월수금이면 화상 드레싱을 받으러오는 소녀가 한명있다. 예전에 일기에서 말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지난주 금요일에도 안오고, 월요일에도 안온것이다. 뭐지뭐지하면서 궁금해 했다. 사실 기저질환으로 간질이 있는 아이로, 간질 발작때문에 오른쪽 팔 전체에 화상을 입고 지금 3개월넘게 드레싱으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데, 이렇게 며칠째 안오면 걱정이 된다. 뭐 이동네 사람들 기질상 조금 나아진다 싶으면 안오기는 하는데 그친구가 요즘 약도 안먹고 그래서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안오다니. 근데 화요일인 오늘에야 왔다. 팔에 상처가 더 생겼고 얼굴에도 상처가 있다. 그리고 드레싱부위에서는 역한 냄새가 났다. 드레싱을 다시해주고 왜 안왔는지, 얼굴에 상처는 왜 생겼는지 물어 봤다.

다시 간질발작이 생겼고, 그래서 어머니가 운영하는 가계에서 넘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얼굴에 상처가나고 팔에 상처들이 더 생기고 그리고 그동안 진료소에 못 왔다고 하는 것이다. 참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안타깝기도하고, 상처가 다 나아질때쯤 되어가는데, 간질때문에 다시 안좋아지다니, 이것이 간질의 문제인지, 아니면 약을 주기적으로 복용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인지 고민이 되었다. 어제랑 그제쯤 트위터에 무상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지만 낮은장벽의 기본소득과,고용안정, 노동환경개선이라고 말을 하고 사각지대에 놓인 난민,장애우,등에 대해서 보호 조건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 친구를 보니 딱 그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도 가지 못하고, 종종 간질발작때문에 고생을 하고, 예상치 못한 간질 때문에 상처들이 늘어나고. 과연 해결책은 있는것일까? 라는 느낌이 들었다.


점심먹을때가 다되어서 5살먹은 아이가 왔다. 아파보이지도 않고 감기증상도 없고 잘 돌아다니고 해서 왜 왔을까 했는데, 며칠전 쇳조각을 잘못 밟아서 발뒤꿈치를 다쳤다고 한다. 오른쪽 발 뒤끔치를 보니 심하게 찢어졌다. 그리고 찢어진 틈으로 고름이 보이고 다른 이물질들이 많이 보였다. 속으로는 "이거 확실히 irrigation 하고, suture해야 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상처를 씻을 깨끗한물도 없고, 그리고 suture를 하기에는 내자신의 실전경험이 없었다. 그것도 suture는 피하라고 했던 발바닥!!! 머리속이 묘해졌다. 과연 내가 할 수 있는것이 무엇일까. 그리고 만약에 GP(General Practitioner)가 된다면 어느 부분까지 커버할수있어야할까 라는것이다.

GP의 경험으로는 한국보다는 스와지카풍아에서더 많은것을 하고있다고 본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어디까지가 GP의 선이라고 할 수있는지 모르겠다. OSCE시험을 통해서 suture시험을 봤지만 실제 사람에게는 몇번해본적이 없었기에, 아직 자신감도 없는 부분. 누군가 suture를 supervising 해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닌것.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진다. 한국의 의료교육으 문제인가? 아니면 내가 GP가 넘보아서는 안될 영역에 관심을 가지는 것인가? 누군가 이런것을 가르쳐 준적은 없었는데.

아직 숙취다. 어질어질 힘이 없다.
호밀빵에 땅콩버터는 맛있다

Kaphunga, Swaziland, Africa
20/09/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