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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27)



아침까지만 해도 태양이 뜨거웠고, 그래서 오늘 흰옷빨래도 돌려서 잘 말랐고, 저녁에는 달궈져 있는 양철지붕에서 괴로워 할까봐, 식수통을 냉동실에 열려두었는데, 갑자기 먹구름이 닥치더니 비가온다. 난 안될꺼야 아마.

뜨거운 아침해를 등에지고 진료소에 왔을때는 머리가 이미 ring-worm에 당할만큼 당해서 곪아 터진 꼬마아이가 왔다. 한국에서는 이제는 보기 힘든 기계충/도장방, 정확한 교과서 명으로는 두부백선/Tinea Capitis. 이동네에서서는 지나가는 아이를 잡으면 10명중에 7~8명은 두부백선이다. 물론 시내 만찌니 이런데 나가면 두부백선 없는 애들이 많겠지만, 이 동네는 산골이지 않니... 정확한 치료법은 항진균제를 복용하는 것이라는데, 이 동네에는 센터에는 항 진균제 경구용 제제가 없다. 어쩔수 없이 크림을 주기는 하는데 그래도 낫는다. 혹시나 해서 아까 멘슨 의학책을 열어봤는데, 20mg~30mg/kg으로 6~8주간 투여하고, 또는 1g정도를 집단적으로 학교에서 투여가 가능하다 라는 내용도 있었다. 종종 이 나라에서는 외부의 원조를 얻어 구충제(이하 알벤다졸 400mg)를 학교에서 단체 투여를 하기도 한다는데 (사실 구충제는 학교에서가 아니라 같이 잠을 자고 식사를 공유하는 사람에게 투여해야하는데, 어찌되었든), 학교에서는 몸무게를재지않고 투여해서 과다투여등으로 설사,구토등이 일어나서 심한경우는 죽기까지 했다고 한다. 다시원점으로 돌아와서. 가능하다면 두부백선 치료를 위해서 집단경구투여 프로젝트를 시도해도 나쁘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나라는 지금 IMF가 공무원을 줄이라고 압박하고 있고, 그덕에 경찰예산삭감, 학교지원예산 삭감이라서, 경찰은 파업할까 말까 고민중이고, 학교는 내일부터 총파업, 그리고 정부병원은 약이 없어서 내가 있는 클리닉으로 환자를 쏜다. 뭐 그런상황이다.

내가 클리닉에 오고나서 가장 많이 변한것은 hygene 용품에 대한것이다. 가장 많이 소비되는 것은 라텍스 장갑(니트릴 장갑은 없어요...) 보통 3달에 한 통 정도 쓰시는거 같은데, 지금 난 1달에 한통 을 조금 넘게 쓰고 있다. 3주정도 지나면 한통(100개입)을 다 쓴다. 드레싱 환자들이 많고, 신체진찰등이 잦아지다 보니까 그런듯하다. 그와 동시에 도입된것은 데톨액상비누와 핸드워시제(물없이 손소독하는, 정확한명칭을 모르겠다). 손을 많이,자주 씻는다. 이 원인 은 작년 제작년에 한국을 휩쓸었던 신종플루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또한 실기시험도입과 맞물려 신종플루 예방수칙이 종합되었기에, 손씻기가 아주 몸에 베어버렸다. 물론 손 씻는것은 환자간 (inter-patients) 감염을 막기위해서다.

날씨가 확실히 덥다, 오늘 먹구름이 몰려오고 비가 오지만, 그래 봤자 가랑비 안개비정도. 하지만 정말 이동네는 지금 비가 필요하다. 내가 살고있는 집에 빗물 탱크도 이제비어가기 시작했고, 빗물탱그카 없는 집은 마실물도 힘든 실정. 그러다보나 사람들은 아무 물이나마시게 되고 그결과 설사 환자들이 늘어난다. 며칠전 일기에서도 말했지만, 설사환자들에게 ORS(경구용 전해질-당분 제제)를 주더라도 그것을 타먹을 맑은 물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물이 없는 상황에서(그렇기에 아무런 물을 마셔 설사때문에 병원에 왔지), 맑은물에 타먹으라고 ORS를 건네주다니, 정말 이거 어딘가에서 맑은 물 식수 사업이라도 해야되지 않나 싶다. 오히려 그것이 건강과 더 많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테니까..

요즘들어 영아 환자들을 좋아하게 되어서 환자들이 오면 무조건 들어보고 안아보는데, 오늘 한녀석 내수염을 잡고 쭈욱 잡아댕긴다. (얘야 매우 아프단다. 정말 아프단다. 너도 나중에 어른이 되고, 사춘기가 지나 음모가 나게 되면 그 기분을 알꺼야). 기분이 좋다만 당분간 조심해야 겠다. 이동내에서는 나처럼 직모 수염을 가진 사람들이 없다보니 신기하나보다. 아 아프다...

바람이 쌩쌩분다. 그리고 아까 얼려두었던 식수통이 앞에서 조금씩 천천히 녹고있다.
저녁먹고 집에가면 와인한잔하고 속을 풀어야 겠다.

Kaphunga, Swaziland, Africa
19/09/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