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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23)



수요일이다. 원래는 방문진료를 떠나야 하는 시간이지만 자동차가 고장난관계로, (험하고 험한 오프로드가 넘치는 카풍아) 이동을 할 수 없다. 자동차가 고쳐질때까지 잠정적으로 방문진료는 휴식.

아침에 일어났을때 집을 뒤덮고있는 엄청난 안개들이 있었다. 채 5m앞도 안보인는 올해 일본여행갈때 맛보았듯한 그 엄청난 안개. 비도 조금씩오고 태양은 보이지않고 그렇게 꿈만 같은 날씨의 시작이었다.카풍아의 고도가 높다보니 안개인지 구름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집에서 나와 진료소로 내려왔다. 진료소는 그나마 언덕 아래쪽에 있는데, 그 언덕을 내려가면서 모든 안개가 사라졌다. 무슨 꿈속에 있는것처럼 짧은 시간에 그 숨막히는 수많은 안개들이 사라졌다. 그리고 평온한 아침. 수요일 아침이었다.

아침에 첫환자는 어떤 할아버지와 꼬마아이. 할아버지는 전신에 가려움증을 호소 하였고, 꼬마아이 또한 전신 가려움증을 호소 하였다. 그 꼬마아이는 어제 돌려보낸 아이. 어떤 아주머니가 자기 아이가 전신이 간지럽다며 왔지만 환자를 직접 보지 않고서는 약을 줄 수 없다고 말 했기에 되돌려 보냈는데 아침일찍부터 와 있던것이다. 둘의 증상은 비슷했다. 전신에 작은 두드러기 같은 것이 다 있고 간지럽다닌, 차트를 보니 두명의 성(Family Name)이 같지 않아서 가족이 아닌줄 알았는데, 같이 산다고 했다. 라볼라(신랑이 신부의 집에 지급하는 결혼지참금, 지불하지 않을경우 아이는 모계의 소속이 되며 성이 바뀌지 않는다)를 지급하지 않은 가족이었다. 어제 다른 아이들도 비슷한 증상으로 왔었는데, 어떤 특정 나무나 풀에 노출이 되지 않았나 싶다.

확실히 계절이 변함을 느낀다. 예전만 하더라도 (처음 왔을당시) 감기 환자가 많았고 그러다보니 기침약이나 해열/진통제를 많이 주곤 했는데 이제는 주로 알레르기피부염,알레르기비염,알레르기눈병 등으로 온다. 이곳 아프리카 카풍아에도 봄이 오고 있다는것을 느끼고 있다.

한 아이가 왔다. 눈이 아프고 가렵다는 것이다. 알레르기 이려나 했다. 하지만 7년동안 지속되어온 감염으로 보이는 눈의 질환. 안과 전문의가 아니고, 또한 안과에서 쓰는 어떠한 진찰장비도 없으므로 (검안경제외) 시내의 큰 병원으로 가 보라고 했다. 환자가 말하기를 이미 몇해전부터 이근처의 병원을 돌아 다녔고 각의사의 말은 시내로가서 전문의(Specialist)에게 진찰을 받으라는 것이었는데. 의과대학과 수련병원이 존재하지 않는 이 스와지랜드에 과연 안과 전문의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 들었다. 또한 환자들은 그러한 이야기를 듣더라도 병원을 바로 가지 않는다. 시내로 내려갈 돈이 없고 또한 내려갔다 할지라도 수술이나 진료를 받을 돈이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예로, 어제 고환이 부풀어 올랐다며 온 할아버버지가 있었다. 다른 열이나 염증 증상은 없어보였고 호흡이나 위치에 따라 고환의 크기가 변하였다. 탈장. 한국에서는 간단한 수술을 통해서 나을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정확히진단을 하기도 또한 이러한 수술을 행할 의사가 부족한 실정이다. 나는 그 할아버지에게 시내(만찌니/음바바)의 정부병원으로 어서 가시라고 이야기했지만, 할아버지는 시내로 내려갈 돈도 없고, 수술을 받을 돈도 없다며, 그냥 진통제만 달라고 했다.

몇주전에 있었든 Reed Dance에 초청되었던 기니아의 젊은 농림부장관은 현금 2억5천만원을 가지고 와서 호텔에서 통채로 잃어버렸는데, 스와지랜드의 왕과 왕족은 나름 호사스럽고 사치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데, 스와지 시골의 사람들은 차비가 없어저 전문의의 진료를 받지 못한다. 게다가 정부는 교육/치안 에 대한 예산 삭감을 계획하고 있어 학교의 선생님/ 경찰 등은 파업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놈세보(Nomcebo)가왔다. 요근처 중학교를 다니는 아이로 나름 영어도 하고, 진료소에 자주 들리는 소녀이다. 방학전까지만해도 기침이랑 기타 질병등으로 자주 왔었는데, 방학때는 진료소방문이 없었다가, 개학과 동시에 다시 방문했다. 하지만 2주넘게 지속되는 감기증상. 다시 얼굴을 보게 되어서 반가웠지만 2주동안 지속되는 감기는 반갑지 않다. 감기가 아니라 다른 감염병인듯하다. 우선 항생제를 주고 3일있다가 다시 오라고 했다. 얼른나아지기를.

10시30분부터 비가오기시작했다. 유비무환(비가 오는날은 환자가 없음) 이라는 한국 병원의 속담은 이곳에서도 적용되었다. 11시 30분까지 환자가 없어 일찍 접고 센터로가서 점심먹을 준비를 하다가, 혹시나하고 12시쯔음 다시 진료로소 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 아이가 방문했다. 이유는 두통. 난 10살때 두통을 접해본 기억이 없어서인지 10살짜리 아이들이 두통을 호소하면 좀 난감하긴하다. 하지만 개학을했고 그때문에 하루에 왕복 2시간이상 걸어다니다보면 두통이 생길만 하다. 라는 이야기를 듣고 난뒤에는 좀 더 이들을 이해할 수 있게되었다.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했다.
방학때는 오전중에 아이들이 몰려 왔는데, 개학을 하고나니 학교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아이들이 몰려온다.

비가 오다가 그쳤다. 그래고 해가 보인다.

Kaphunga, Swaziland, Africa
14/09/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