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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22)



맥주가 떨어졌다. 더 이상 진료소 일기를 쓰면서 마실 맥주가 없다. 그래서 오늘은 콜라를 샀다. 그리고 잠시 냉동고에 30분간 넣어둔다음 숙소로 올라오면서 가지고 왔다. 시원하다. 맛있다. 하지만 맥주가 좀 더 좋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해보다가, 이 블로그의 글을 어머니가 스크리닝 하시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접기로 한다. 게다가 올라오는 순간 이메일을 받았는데, 트위터를 그만하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라는 어머니의 이메일.....

사실 한 4일간 글을 안 올리기도 했지만. 토일은 진료가 없었고 월요일(어제,12일)은 추석맞이 한국전화를 하느냐고 4시간 밖에 못잔관계로 피곤해서 일찍 자버렸다. 그니까. 음. 어머니 트윗을 줄이고 블로그에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곳에서 환자를 보다보면 심하게 난처한 경우가 세가지 정도 있는데,

하나는 Skin Disease of Unknown Origin 이고
두번째는 Various Complications of HIV/AIDS
세번째는 Acute Sx. Chronic dz. 이다.

사실 스와지랜드가 열대지역은 아니지만 그와 흡사한 아프리카라는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 열대관련 질환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피부질환이다. 사실 학부때도 피부과가 어려웠고 나름 제일 아리송한 과목이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이쪽 지방환자들이 가지고 오는 피부병은 어렵다. 게다가 환자들이 흑인이다보니 피부색의 기본색도 검은색/갈색이다보니 피부과 책에서 배운것과는 많은 다른점을 가지게 된다. 특히 이 정체 불병의 피부병이 HIV/AIDS환자에게서 생길경우는 이것이 과연 HIV/AIDS의 합병증인것인지 아니면 떨어진 면역으로 생긴 감염인 것인지, 감염이라면 바이러스인지, 박테리아인지, 진균(곰팡이)인지 아니면 기생충인지 고민이 되게 된다. 잘모르지만 원칙은 지키면서,우선 나를 보호하고 (장갑착용) 그리고 환자의 증상을 완화할수있도록 도와주며, 상처등으로인한 추가감염을 방지하도록 소독해줄것인데. 어렵다. 정말 오늘도 이미 몇명의 환자가 지나가버린. 멘슨열대의학책을 펴고 깨알같이 공부해야나하나...

사실 HIV(+)의 경우에는 별다른 증상이나 합병증은 없어보이지만 AIDS로 넘어가면서 환자의 CD4+(면역세포/면역상태)가 떨어져 감에 따라 여러가지 기회 감염등이 생긴다. 물론 ARVs라 불리는 HIV/AIDS의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은 WHO/AFRO 의 기본 절차에 따라 CTX(이하 박트림)이라는 항생제를 복용하기에 그나마 기회 감염이 조금 떨어지는데, ARVs의 대기 순위에 있거나, 돈이없거나 의지가없어 또는 정보가 없어 ARVs를 받지 못하는경우는 여러가지 합병증들이 발생한다. 결핵은 기본, 발등에 습진비슷한 질환이 생기기도 하고, 머리에 곰팡이 흡사한 진균이 자라나기도 한다. 설사 같은경우는 다반사. 사실 이것이 HIV/AIDS와 관련이 없는 질환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조차 감별하기 힘든 상황이기에 난감한 경우가 많다. 오늘 진료소를 방문한 26살의 여자 환자도, ARVs를 받고있지 못한 상황인데, 감기가 심한상황에 귀를 침범하여 이미 급성중이염 증상을 나타내고 있었고, 머리부분은 뒷부분부터 시작해서 머리 전체부분이 곰팡이 흡사한 진균에 감염되어 있고 심지어 다 터지고 비틀어진 경우도 있었다. 영양상태는 좋지 않고, 온몸은 지쳐있고 그런상황들.

세번째는 보통 환자들을 보면 귀가 잘 안들린다, 발목이 아프다, 피부가 가렵다, 라는 어찌보면 급성으로 보이는 증상들을 호소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환자들과 이야기해보다보면 1년되었어요. 2년되었어요 이런말들을 한다. 눈이 잘 안보여요 라고 온 환자는 안과 응급인줄 알았는데, 1년전부터 안보인다고하고, 요즘들어 숨이 잘 안쉬어진다고 온 환자는 알고보면 이미 천식약을 먹고 있는데 약이 다 떨어져서 요 며칠간 못먹은환자. 이런식이다. 때로는 환자들이 숨겨진 답을 가지고 있기에 그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그 답들을 찾아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늘따라 영아환자들이 많이 왔다. 1년 미만의 아이들, 태어난지 10일부터, 4주, 3개월 등의 아이들. 다들 너무나 순수하고 이쁘고 아름답다. 아파서 온 경우를 보면 너무나 속상하지만 그래도 도움을 조금이나마 줄 수 있는 경우가 많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환자들의 이야기(일기)를 쓰는데, 오늘은 블로그를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블로깅을 해버렸다.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나타나면 그것을 망가트리나 보다. 그것을 극복해야하는 무언가가 있어야겠지?

해가 져버렸다. 춥다. 아직 봄은 봄인가 보다. 밤에 추운것을 보면, 낮에 바람불때마다 훌쩍거리는 내 코를 보면

Kaphunga, Swaziland, Africa
13/09/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