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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21)



금요일. 어느새 일주일이 지나가버렸다. 시간은 참 빠른듯하다. 원래 금요일은 오전진료만 있어 별다른 일 없이 주로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남기는데 어제 일기를 남기지 못했으니까. 어제의 일을 부터 시작해볼까?

어제는 환자가 많았다. 그니까 옆건물에서 Food Programme을 하는 관계로 대략 400명가량의 사람들이 왔고 그러다보내 어느정도의 환자들은 진료소로 오게되었다. 오전에만 본 환자의 수는 69명. 한국의 일반 개원의의 수준이라고는하지만. 진료와 처방 그리고 조제 및 복약지도까지 한다면 조금은 많지 않았나 싶었다. 몸도 피곤한데다 그냥 귀찮은 바람에 어제는 자버렸다.

이곳에서 환자를 보다 보면 종종 당뇨병이라든지 고혈압 약을 주기적으로 먹는 환자들이 온다. 근데 종종 현지 병원들을 보면 안타까울 경우들이 많다. 조절 되지 않는 혈당이지만, 별다른 약 없이 인슐린만 준다든지, 고혈압의 ABCD원칙없이 한가지 약만 준다든지, 천식환자인데 대부분 SABA스프레이만 가지고 있다. 종종 의사들을 욕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배워온 의학과 이들이 배운 의학이 다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들에게는 약이 없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한 환자가 왔다. 정부 병원에서 혈압약을 타오고 있는 할머니. 지난 주에 약이 떨어졌고 정부병원에 갔지만 정부병원에 약이 없어서 되 돌아왔다는 할머니. 정부병원에 약이 없다니!!!

도대체 정부병원에 약이 없는것은. 약을 주문을 못한 병원의 책임인지, 스와지에서 약이 생산/수입이 안되는것인지, 아니면 구할 수 있는 돈이 없는것인지... 통역등으로 도와주고 있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예전에는 주로 병원에서 수급을 예상하지 못하고 주문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국가 자체에 돈이 없다는 이런 이야기가 들려온다. 무언가 씁슬한 기분이 아닐 수 없다. 어지간하면 약은 다 있을 줄 알았는데, 혈압약조차 없다니. 대부분의 아프리카가 가지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싶다.

일반적인 감기 증상으로 찾아온 15개월 아이가 있었다. 보통 아이들이 오면 남자로 의심이 될만한 한 동양인이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어서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곤 하는데, 이 아이는 날 피하기만 하는 거였다. 그리고 "어딘가 아파 보였다" 혹시나 아이에게 다가가니 참외배꼽의 모양을 가지고 있었다- 참외배꼽이라니 하면서 보는데 뭔가 이상한 기분- 딱딱한 참외배꼽이라니. 응? 그리고 연결된 안쪽에 다시 딱딱한것이 만져졌다. 아무리 어렵고 잘 모르겠는 소아과학이지만 이것은 어딘가 이상하고 아픈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과서의 말대로 "어딘가 아파 보임"이 정말 소아에게는 증상이 될 수도 있다고 했었는데. 시내에 있는 정부병원(....)에 가보라고 이야기 했다. 나아지겠지?

진료소를 마치는 시간은 보통 3시 30분 그러다보면 종종 조금 늦게 때로는 4시쯤 되어서도 환자가 오곤 한다. 보통 그쯤이면 조깅을 하든지 쉬고 있으니까 환자들을 마주치는데 차마 다새 돌려 보낼 수가 없다. 나만의 환상과 미신(myth)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조금 늦게, 대중에게서 뒤쳐져서,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에게서 예수의 모습이본다. 아니 난 그들이 예수라고 믿고있다. 가난한자들, 소외된자들, 배고픈자들, 이방인된 자들 그들에게서 예수의 모습을 봐야하지 않아야 싶다.

오늘 그때 보았던 그 인도인 불법체류자들이 왔다. 속았다라는 느낌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본토 집을 떠나 외국 타향살이를 하면서 그것도 구치소에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왜인지 더 안쓰러워졌다. 그곳의 상황이 좋지 않은것을 알고 있으니까, 안 좋다는것을 알고있으니까 말이다. 좀 더 친절해야 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환자들을 보면 짧은 의학적인 지식에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든다. 기본적인 가벼운 증상들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도 많이 오지만 때로는 정말 정확한 감별진단이 필요한, 환자들이 나타나기때문에.. 과연 아프리카에서. 아니 의사가 없는 곳에서 의사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식과 의료배경이 필요 한것일까?

오늘은 덥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없고 여름이 왔다. 34도라니.. 처음 이곳에 왔을때는 밤에 서리가 내렸는데...

가족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추석이 되시기를.


Kaphunga, Swaziland, Africa
09/09/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