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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19)



일요일부터(9월4일) 스와지전체 MTN전산망이 transmission error로 중간에 다운되거나 한다. 그리고 오늘 9월 5일은 .아침9시부터 오후5시까지 정전이 있는날이다.

인터넷이 되었다 안되었다, wifi처럼 hot-spot을 찾아야하는 시점이 되면서, 전기가 끊기면서, 전기와 인터넷(이라고 쓰고 트위터라고 읽는다)이 없이 즐기고 노는 법을 잃어버린듯해서 속상했다. 차마 2주일전만 하더라도 아이폰이 없어도 잘 지내고그랬는데 말이다. (그때 더 책을 많이 읽고 그랬지)

오늘은 칼국수를 직접 해먹었다. 밀가루 반죽을 하고, 글루텐이 잡힐때까지 때려대고, 냉동실에서 숙성시키고, 그리고 밀대로 밀고 접고 칼로 썰고, 말그대로 수제 칼국수-

요즘 주말에 놀았더니 월요일만 되면 월요병이 도진다. 근무하기 싫어서 오늘 좀이 쑤셔서 난리나는줄 알았다.

오늘 첫환자는 이동네에서 내가 좋아하는 환자였다. Sibekile, 시베th킬레 무슨말인지 못알아들어 한때는 스파게티로 불렀던 꼬마아이-ㅎ 처음 클리닉에 왔을때 익스텐션한 머리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나도 저런머리를 하고 싶다라고 욕심이 들었고, 너무 이뻐서 동생으로 삼고 싶었던 여자아이. 근데 오늘은 익스텐션을 푸르고 왔다. 문제는 익스텐션을 풀고나니, 내가 못알아봤다는것이다. 아- 사람의 인상/외모를 결정하는 대부분이 헤어스타일에 있다고 하던데 정말 그말이 사실인가보다. 시베th킬레. 미안해 ;) 그래도 너 약만큼은 내가 신경써서 처방해준다!

그리고 나서 뒹굴거리며 진료소를 지키고 있는데 (내일이 독립기념일이라서 그런지 환자가 많지 않았다) 히잡을 둘러쓴 여자와 그의 남편으로 보이는 사람과 가디언으로 보이는 세사람이 왔다. 그사람은 인도에서 온 커플로, 무슬림이 종교이고 스와지랜드에 비지니스를 하러 온지 2달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아내. 35살의 남편은 영어도 할 수 있고, 밖에서 돌아다니기 때문에 그래도 괜찮아 보였는데, 무려 11살의 연하인 24살인 아내는, 영어도 못할뿐더러, 이렇게 다른 나라에는 처음 와본다고 했다. 흑인들이 무섭고, 이들의 문화와 자연과 음식에 적응이 안된다며, 소화불량과 복통, 불안장애 등을 보이고 있었다.

고향이아닌 곳에서 이방인으로 지내는 기분을 알기에, 그 고통을 알기애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나름 다른 환자들 보다 오랫동안 이야기하고 농담도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아무래도 지속적으로 환자를 보고 관리를 해야 할듯해서 어디에 사는지 물었다. 카풍아(kaphunga)라고 했다. 응?! 카풍아에는 인도인들이 사업할만한 곳이 없는 깡촌 산골마을인데 무슨뜻일까? 정확히 어느곳에 사는지 물었다. Police Station에 산다고 했다. 뭐지? 국가에서 초청해온 비지니스 맨들인가?

그러한 질문들을 뒤로 하고 환자들을 보냈다- 그뒤 통역을 도와주는 핀디가 말했다. "그들은 6명의 인도인으로, 지금 경찰서에 불법체류로 구금중이다. 오늘이 판결날이고 내일이면 아마 강제추방강할듯하다." (?!?!?!?!?)

비지니스맨 기질이 강한 인도 친구에게 속았다. ㅎ

교도소에 있으니, 물론 자라났던 인도와 다른 나라이고, 음식도 다르고, 말도 다르고, 사람들도 다르겠지만 그런 생활에 교도소 생활이라면 충분히 그런 스트레스가 올만한다.

갑자기 내 주변이나 내 생각이 났다. 나 또한 지금 다른 환경에서 지내는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나 하며 말이다. 올 3월 독일에서의 우울했던 몇일간이 생각났다. 매일 한국에 전화하고 울먹거리며 돌아가고 싶었던 그순간들. (물론 스와지에서는 오자마자 다음날 부터 진료했지만...?)

나 또한 다른곳에가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봤고, 그것이 익숙하지만 속으로는 앓고있다는것, 시간이 필요하고 배출할시간이 필요하다는것을 알고있는것이 다행이지만,

요즘들으 공허하게 미래를 생각한다. 훗날 나랑 같이 살 사람이 아프리카에 온다면 어떨까? 스트레스를 받을까? 그 24살의 인도신부처럼? 아니면 웃으면서 잘 살아남을까?

달빛그림자 넘치는 땅을 바라보다가 문뜩 언덕을 보았다. 화전으로 인한 붉게 염색되어버린 언덕이 보았다. 언덕 전체가 불밭이었다. 반대편 언덕에서는 저쪽 도시의 불빛이 보였다. 도시의 불빛, 달빛그림자, 화전의 불 그리고 봄 내음이 조금씩 느껴지는 바람이 불어오는 저녁이었다.

(오늘일기는 보여주기 위한 일기라는 냄새가 팍팍난다)

Kaphunga, Swaziland, Africa
05/09/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