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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18)



그래도 구월이다. 라는 강산에의 노래가 생각나는 구월의 첫날.
역시나 다를까 진료소 일기는 트윗의 종합체랄까?

몇해전 건강불평등에 대한 수업을 들으면서 오히려 차상위계층. 즉 최저소득계층은 무료 진료의 혜택을 받기 힘들다 라는 말이 나왔었다. 건강 불평등을 결정하는 요소중에 의료접근성이라는 부분이 있어서 였는데, 그 현실을 스와지에서 발견할 줄이야. 내가 있는 진료소는 Kaphunga에 있는 원불교에서 만든 진료소로 유치원, 직업훈련학교와 같이 이루어져 있다. 의사로써의 의료행위는 인정을 해주지만, (한국은 안되던가...)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어찌보면 독립적인 의료지원센터이고, 돈을 받지않는다.

돈을 받지않기에, 환자들이 이곳으로 많이 오는데, 종종저쪽 멀리 시내에서부터 공짜라는 이유만으로 이곳까지 오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정부병원(이곳의 대부분은 정부병원이다, 사립병원은 거의 없는것으로 알고있다 - 그 이유는 스와지랜드에 의과대학이 없기 때문인데,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외부의 의사들을 고용해서 정부 병원에 배치하는 형태이다)의 약들이 없을때가 많고 심지어 의사가 없기도 하지만, 머리에 포마드를 바르고, 깔끔한 옷을입고, 좋은 차를 타고 이곳 카풍아 두매산골 깡촌 시골 무료진료소에 와서 약을 받아가는 것을보면. 게다가 대부분의 약을 받아가는것은 major계열의 질병이 아니라 minor계열의 질병들. Kaphunga현지 인들은 그냥 참고 지나 가는 질병들에 대해서 약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 었다.

만약에 차도 없고 돈벌기에 바뻐서 진료소까지 나올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계속 아프고, 여유가 있고 차가 있어서 이곳 진료소 까지 올 수 있는 사람들은 계속 더욱더 건강해 지는것이다. 나 또하나의 건강 불평등을 조장하고 있는것인가?

오늘 스와지랜드판 너는 내운명을 보았다.

평소에 센터에 관리를 받던 아저씨 ( HIV/AIDS환자)가왔는데 오늘은 다른 어떤 여성분과 같이 왔다. 차트를 보는데 두분의 성이 동일한! 물어보니 둘이 부부라는 이야기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여성분의 차트를 보았는데, 여성분은 아직 HIV/AIDS가 등록되어있지 않은 상황. 혹시 검사를 받았느냐 라는 이야기를 해보니 2010년에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아니이럴수가!) 언제 결혼했냐고물어보니까 2009년...

아저씨는 이미 예전에 부인이 1명있었고 4명의 아이를 출산한뒤에 그 부인은 도망갔다. 그뒤 아저씨는 2009년 9월에 HIV(+)로 진단을 받고, AIDS로 넘어간 상태라서 ARVs(항바이러스제제 치료)를 받고있었다. 그런 상황인것을 아는데도 그 여자분은 이 남자분과 결혼을 한것이다. 그리고 나서 그 여자분은2010년에 HIV(+)임을 알게되었고 2011년 8월 CD4+가 155인 상황으로 AIDS로 진단받았고 ARVs를 기다리고 있다. 참고로 아저씨의 CD4+는 455로 그렇게 나쁘지 않다.

뭐랄까 이 묘한기분. 한국에서는 HIV(+)란 말만 들어도 사람들이 도망가는데 (일반인들은 HIV(+)와 AIDS의 차이를 모르고있지... ) AIDS인것을 아는 상황에서도 결혼을 하다니- 이것에 대한 인식이 없는것일까? 아님 그래도 좋으니까 산다는 것일까? 아무래도 스와지 사람들은 AIDS가 죽을 가능성이 높은병이라는 것을 모르는듯 하다. 사실 AIDS가 아니더라도 다른 병으로 죽을 가능성이 높고, 평균수명도 꽤 낮은편에다가 HIV(+)사람이 워낙 많기때문일까? 뭐랄까. 아직 나로써는 받아드리기 힘든 그런 상황이었다.

(주: HIV(+)란 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의 양성반응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이 바이러스의 보균자를 의미한다. 이 보균자가 어떠한 임상적인 증상을 나타내거나, 면역세포인 CD4+의 수가 일정수준 이하로 내려갔을때 AIDS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라고 정의한다. AIDS의 정의는 비슷하나 CD4+의 기준이 나라마다 다르고, 보균자가 나타내는 임상증상의 범위도 다르기에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우리나라는 병원 및 의사들이 적용하는 AIDS의 기준과, 의료법에서 나타내는 AIDS의 기준이 다르다. )

오랫만에 해가 다 지기전에 집에와서 일기를 쓴다.
문에 앉아서 일기를 쓰는데, 모래바람이 참 쎄다. 모래가 아프다.

Kaphunga, Swaziland, Africa
01/09/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