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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9)



우선 진료소 일기 7이 사라졌다. 아이폰을 고장내고 나서 바로 썻던 일기인데, 없다니, 하지만 time machine에 백업 시켜놓은것 같으니까 우선은 남겨 두어야 겠다- 언젠가는 복원이 가능하겠지.

인터넷의 연결없이 지낸지 일주일째. 생각보다 일기를 읽는 사람들이 없으니까 일기를 안쓰고 있다( 생각보다 없는것이 아니라 지금 상황에서는 전혀 없는것이지!) 그래도 다음주 목요일쯤이면은 한국에서 아이폰을 건네 받게 되니까 그래도 사용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요즘은 감기환자도 많지만 종종 드레싱 환자들도 온다. 오늘은 드레싱환자만 4명이 었나? 손가락에 무언가가 나서 그것을 소독되지 않은 날카로운 물건으로 띄어냈다가 검지 손가락 전체에, 농양이 생긴 환자. 몇일간 그 친구의 농양를 빼내고 있는데, 손가락이라서 마취도 못하고, 칼집도 못내고, 란셋으로 구멍을 내서 겨우 농양을 빼내고 있다. 다행인것은 그친구의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일까? 거의 매일같이와서 농양을 짜내고있고, 항생제도 꽤나 쎈 조합으로 주고있다.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 보여서 다행이다. 다음주 월요일에 올 경우에는 껍질만 남은 표피를 짤라내줄 생각이다.

사실 그환자가 오고나서 밥먹으러 가기전에 엄지손가락을 칼에 심하게 베여서 온 환자가 있었다. 엄지 손톱도 짤려있고, 엄지 손가락 살점도 꽤나 나가 있어 어느정도 꼬메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미 2일전에 입은 상처라 지금 꼬메기에는 늦은것 같았다. 정신이 없어서 장갑도 안끼고 드레싱하고 차트를 적으려고 앞면을 보니.. HIV(+)환자.. 그리고 순간 오른손 새끼손가락 관절부위에 있는 작은 상처가 떠올랐다. 다행히도 출혈이 없는 환자의 드레싱만이여서 다행이였다만. 만약에 그 환자에게서 출혈이 있었고 지금처럼 멍청하게 장갑도 안끼고 드레싱했다가는.. 다시한번 내몸을 먼저 돌보아야 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번주 수요일에 그 나랑 같은 나이의 AIDS환자를 보러 갔었다. 심한 기침이 계속되어서 혹시 폐렴이나 결핵 또는 다른 HIV환자에게서 나오는 폐질 환이 아닐까 싶어서 호흡음을 들으려고 청진을 해 보았는데, 정말로 말라서 아무것도 없는, 뼈만남은 몸을 보게 되었다. 그 느낌은 참. 어느정도 잘 먹고 살이 올라야 몸도 정상으로 오고 CD4+도 정상으로 돌아오고 그럴텐데, 지금 상황에서는 너무 안타까워 보였다. 사실 그환자도 한쪽으로만 누워 있어서 ASIS 에 욕창이 생겨서, 그환자도 드레싱 (물론 장갑을 끼고 했다만...)

사실 한국에서 익숙하지 않은 HIV환자들에 겁먹고 있지만, 미국이나 다른 아프리카 나라들의 병원을 생각하면 HIV환자들 드레싱은 빈번한일이지 않나 생각이든다.

이번주 주말은 무의촌 지역 (시투벨라)으로 의료봉사를 간다. 음바베 에서 개원하고 계시는 민박사님도 오신다고 하니. 혼자서 600명의 환자들을 담당할 일은 없을 듯 하다만. 그래도 긴장이 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나저나 이 일기들은 언제쯤 올라갈까? ㅎ

Kaphunga, Swaziland, Africa
19/08/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