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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3)



또 하루가 지났다.
하루하루가 지날때마다 머리속에 기억이 남는 환자들이 나오고- 그러한 환자들이 나에게 일기를 쓸 수 있는 거리를 제공해준다. 과연 한달이 지나고 나면 어떨까. 한달이 지나도 매일매일 새로운 이야기의 환자들이 나올까? 아니면 그렇지 않을까.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된다 하더라도 일기를 쓸 수 있어야 할텐데. 그렇게 생각한다.

11시쯔음 보건청에서 사람들이 왔다. 콘돔을 기증(?!)하고 진료소 내부를 관찰한다는 의미였다. 자동차 운전수와, 나이많은 할아버지한명, 그리고 약사 출신의 젊은 남,녀 이렇게 네명정도였다 (사실 더 있었는데 내머리속에는 이들 넷 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국인의 설립한 진료소인 관계로, 보건소안에서는 신발을 벗는다.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스와지의 사람들은 불평을 한다. 하지만 반면에 먼지가 많은 도서 산간 지역인 카풍아의 특성상. 오히려 진료소에 신발을 벗고 들어오는것이 더 위생적이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약사출신의 공무원들답게, 진료하는곳은 보지도않고, 약이있는곳을 먼저보았다. 한국에서 약을 가져다 쓰는데, 그 한국약의 성분을 자기들이 모르니까, 스와지의 약을 사다가 쓰라고 말을한다. 순간 욱 했다. 한국인 의사와 한국인 약사가 일하는데, 스와지의 카피약으로 이루어진 약을 쓰라니, 게다가 스와지에서는 돈이 있어도 약을 구하지 못하는경우가 다반사이지 않는가! 스와지 약사 입장에서는 자기가 모르는 성분투성의 약을 보니까 속이 상했을텐데, 사실 한국에서 면허를 취득한 나로써는 파라세타몰이 뭐인지 몰라서 고민했었다. (미국문화권에서는 아세토아미노펜, 유럽문화권에서는 파라세타몰 이라고 한다.) 어찌되었든 서로다른 문화와 교육 배경이 있는데 그런것을 무시하는 공무원이라니. 괜시리 화가 났다. 뭐 전세계의 보건의료를 담당하는 행정직 공무원들이 다 이모양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현장에서 일 해본적이 없기에 원칙만으로 말 도 안되는 원칙만으로 밀어붙이는 사람들. 현장 경험이 있는 사람이 행정직 공무원으로 들어가서 그러한 말도 안되는 원칙들도 말이 되는 원칙으로 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느나, 현장경험이있는 사람이 행정직으로 있다간 몸이 근질거리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에 한 할아버지가 방문했다. 몇일전에도 방문했었던 HIV할아버지. 다리가 부어서 너무 아파서 왔다고 했다. 한쪽 다리만 붓는다라. 그런 국소 부종에대해서는 그렇게 배운적이 없었는데라는 생각을 해봤는데. 아프리카라는 것을 더하니 어디선가 배웠던 기생충이 생각났다. filiriasis 였나. 정확한 스펠과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떤 기생충으로 림프노드를 타고 올라가 사타구니 쯔음에 있는 림프절을 막고 한쪽다리를 붓게 만든다는 그러한 기생충. 교과서에서만 보던 그러한 환자를 (교과서에서는 희귀하다고 배웠던거 같은, 그런 환자를) 보게되다니. 좋아해야 하는지 나빠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는 순간 이었다. 기생충약을 처방하고- 다른 약들도 처방했다. 그리고 상태가 좋아지지 않으면 목요일에 다시 오라고 했다. 목요일에 다시온다면 사진을 찍어놔야겠다.

이런저런 일들, 한국에서도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들 (공무원들과 부딛치는일들)까지 경험하며 아프리카에서 지내고 있다. 과연 1달뒤에는 어떨까. 한달뒤에도 이러한 기록활동이 지속될수있을까?

반달이 떴다. 반달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밝다. 그리고 그 반달옆에는 수많은 별들이 총총 빛나고 있다.

해질녘과 밤의 별들은 스와지의 보물이지 않나 싶다.

Kaphunga, Swaziland, Africa
09/08/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