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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1)

Kaphunga 진료소 일기 (1)

진료소 일기라고 할것도 없지만.
아프리카 스와질랜드 카풍아라는 작은 마을 진료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지난 8월 2일 스와질랜드에 도착했고, 8월 3일부터 카풍아 마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열려있는 작은 진료소에서 진료를 보고 있다. 그렇게 많은 환자들을 보는것은 아니고.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주로 감기나 설사 등의 환자를 본다.
종종 HIV/AIDS환자들도 있고 몇몇 기억에 남는 또는 고민을 해야하는 환자들이 있어 부끄럽지만. 글로 남겨본다.

어제는 금요일이었다. 목요일(4일)에 환자를 나름 많이 본관계로 그렇게 많은 환자들이 오지 않았다. 목요일 오후쯤에 유리창에 손을 다쳐서 온 여자환자가 다시왔다. 드레싱으로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는 듯 했다. 몇 환자뒤에. 아줌마이지만 할머니라고 읽혀지는 환자가 왔다. 손자의 감기와 본인의 감기. 대수롭지 않은 환자였지만 환자의 가족력을 보자면. 남편은 HIV(+)에 세번째부인또한 HIV(+)인 환자. 그 환자는 두번째 부인이고, 목요일에 손을 유리창에 다쳐서 온 환자가 첫번째 부인이라고 했다. 참 묘한 가족관계.

어떤 할아버지가 오셨다. 무릎에 통증. 무릎을 만져보니 많이 부어있었다. 퇴행성관절염? 통풍? 가성통풍? 병원에서는 이미 통풍으로 진단을 내렸다고 한다. 해줄 수 있는것은 진통제의 투여뿐- 이럴때는 나름 관절염과 류마티스 관절염에 특화되어있는 학교에서 공부를 했다는것이 도움이 된다.

잊을 수 없는 환자가 한명 있었다. 1978년 Female. Cervical Cancer End-stage, inoperable state. 이미 병원에서 퇴원하라는 통보를 받았고. 통증을 없애기 위해 진료소로 찾아왔다. 병원에서는 수술을 할 수 없다라는 통보만 해주었다고 한다. 환자는 자기가 암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수술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모르고 있는듯 했다. 통증이 심하다고, 온몸이 아프다고, 그리고 질에서 분비물이 나온다고 도움을 달라고 찾아왔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금 나에게 그 환자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이라고는 진통제를 주는 방법밖에 없었다. 보통 환자들 보다. 많이, 그리고 오랫동안. 2주분의 진통제를 주고 2주있다가 다시 찾아오라고 했다. 환자는 되물었다. 이 통증은 없어지지 않는 것이냐고, 내가 언제까지 진통제를 받으러 와야하느냐고. 잠시 머뭇거렸다. 순간. 있는 그대로 말을 내뱉을뻔 했다가, 잠시 머뭇거리고 다시 말했다. 암이 없어질때까지 받으러 와야한다고. 그 이상 좋게 말 할수가 없었다.

이 스와지 카풍아 진료소에 온지 3일째이지만, 어제 하룻동안만 보아온 환자를 보더라도 기억에서 잊을 수 없다.
87년생 HIV(+)환자, 위에 있는 78년생 Cervical Cancer End-stage환자, 76년생 Mastitis환자, 고막이 찢어진환자, 나뭇가지로 귀를 후비다가 고막이 찢어진 환자..

예상보다 심하지만, 또는 그 예상보다 너무 심하지도 않은 상황들.

그들에게,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기를 진정으로 빈다.

06/08/2011
이호준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