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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인턴으로살아가기

적응하느냐, 버텨내느냐, 견뎌내느냐, 동화되느냐 - 3째주 시작.



쌩뚱맞게,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다름아닌 적응에 대한 이야기

<이 포스트 만큼은 다른사람에게 충분한 좌절과 낙담을 줄 수 있기에 가려 읽으시기를 바랍니다>








그래. 적응에 대한 이야기.
6년 전이었다. 2004년 6월, 아프리카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던지고, 남아공에 도착했던것이.
6월23일 비행기로 기억난다. 수요일비행기. 싱가폴항공이었다.
그때 도착했을 해만해도, 난 평생에 백인과 이야기를 해본적이 거의 없었고,
영어로 말하는것도 벌벌벌 떨정도였다 (그 당시에는 정말, 영어가 잼병이었다)
그리고 힘들게 어렵게 3개월동안 남아공에서 있었다.
10월에는 영국에서, 11월에는 스위스에서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시간을 보내면서 R과 L때문에 흑인 친구들에게 무시도 당해보고,
버밍험의 엑센트를 듣고있노라며; 난 이제 내가 영어를 못 듣는줄 알았다
(물론 버밍험의 엑선트는 미칠듯이 허러블하고, 미국 본토인조차 알아듣는데어려워했다)


그렇게 영어에 적응해가고, 네덜란드의 Dutch 스타일에 익숙해져가고
흑인들의 Family sharing 에 익숙해져가고
난 흑인과 백인과 지내면서 세상에 끝에있는 줄 알았다





그리고 2004년 12월 1일. 이집트 입성
그렇게 난 적응의 어려움이 끝나는 줄 알았다.






훗. 그것은 착각.
진짜 서바이벌의 시작이다.

흑인과의 어떤 공동생활의 어려움보다
백인과의 어떤 공동생활의 꼼꼼함보다
아랍인과 공동생활을 해보지 않고서는 그것을 말하면 안된다.
백인과의 삶에서 느껴지는 어려움이 100이라면
흑인과의 삶에서 느껴지는 어려움이 200이라면
아랍인과의 공동생활은 당신이 느끼는 그 어떤 공동생활으 끝을 볼수있다.

(우선 이렇게겁을주고, 이 글을 읽는 사람중에서 아랍인과 방같이 쓰며 공동생활한 사람은 없을테니)

그래. 그렇게 어려움이 시작이었다.
이집트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 의 중간에 있는 사막에서 지내면서
주말마다 카이로로 가고 (종종 모래바람이 심하면 나가지도 못하고)
그렇게 하루에 2시간씩 벽돌을 나르면서 노동을하고, 일 끝나고 먹는 칩스와 코카콜라에 인생의 행복을 다걸었던 시절이
그때는 그렇게 눈물나고 어렵고 외로웠었다.

물론 그뒤 4월,5월 수단에서 보냈던 시절은. 뭐. 그렇다.
(약간 거짓말해서 7주동안 한국말을 한마디도 못했다. 들어본적도,읽어본적도,써본적도없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7주동안 수단에서 한국인을 한명도 보지 못했고, 아시아계는 마지막주에 마트에서 일하는 필리피노였다)
(그리고 다행히도 한국말은 5월8일에 한국으로 전화를 걸수있어서 몇분 나눴던게 다였다)
어찌되었든 그떄 한국말을 말하면서, 눈물도 흘리고 어려움도 토로하고 그랬었다.


그래 그런식의 삶을 살아 왔고 그렇게 자유로운 영혼의 마음가짐으로 살아왔다.
그리고 2005년 6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5년 반이라는 시간이.



대한민국에 적응해 갔고, 서울에 적응해갔다, 혼자사는것에 적응해갔고
서울식 삶에 적응해갔다. 약간 뒤틀리는 말이겠지만 그렇게 대학을 다녔고
대학식사고에 익숙해졌으며, 병원의 사고구조와 행동구조에 익숙해져갔다.
그렇게 머리는 굳어져갔고, 가슴은 단단해져 갔다.



지금은 다시 한국이 아닌 다른곳이다.
6년 전 그 어떤곳과 비교하더라도 힘든곳이 아니다.
그당시보다 훨씬 넓은 방을 혼자쓰고 있고,
그때보다 더 많이 한국과 교류 하며 (트위터와,블로그,페북)
이젠 노트북도있고, 음악도 많이 들을수있고, 무한도전도 있다,
그 때처럼 영어를 못한다고 무시당하지도 않고, 나름 인정받으며
자신의 전공을 살리며 일하고 있다.



근데.
더 적응하기 어렵다.



그만큼 익숙해졌다는것 이다.
편안한 삶에, 나태한 삶에. 말이다.


밤새 놀고 택시타고 집에들어와, 다음날 겨우 기어나가던 그런 삶에서 말이다.


혹시나 이 글을 읽는 사람중에서, 외국에서 공부하기를,일하기를,생활하기를 꿈꾸는 상황이라면
그리고 그 외국이라는 곳이 당신의 문화권과 다르다면
지금 어서 빨리 나가기를 권유한다.

조금이나마 당신이 그 삶에 익숙해질수록, 나이가 조금이나마 더 들어갈수록.
당신의 뇌가 두부처럼 말랑말랑하다가 메주처럼 굳어갈수로록
따뜻했던 심장이, 점점 차가워지며 냉정해지고 이성적이 되어갈수록

외국에서의 삶은 더 어려워 진다고 말하고 싶다.


사실 오늘 일을 하다가 느꼈다. 이곳에 온지 벌써 3주차. 익숙해 지기에는 너무 부족한 시간이지만.
이미 일을 할때 나만의 스타일이 존재하게 된다. 6년전이었으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닮아갔을텐데...
지금은 나만의 스타일이 존재하게 되고, 그것에 맞춰 하는 일을 수정하려고 하는 내자신을 발견했다.

겁이났다. 어디에서든지 적응하라면 자랑할만큼 자신이 있었던 내모습인데.
이렇게 나만의 스타일을 지니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면서;;
이제 외국에서 보고 경험하고 느끼기고 그리고 나서 변하기는 늙었나 라는 생각이들었다.

씁슬한 생각이다.



그래. 그래도 지금보다 늦게나오는것보다는 낫겠지만
그래도 좀 더 일찍 나왔으면 어땟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내자신에 익숙해지기 전에.
서울에 사는 이아무개에 익숙해지기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