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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71)



어제밤에 잠시 방문을 열었을때, 내 방은 구름 한가운데 있는것 처럼 안개에 둘러 쌓여있었다. 그리고 잠시 10분도 채 지나이 않은채 방문을 다시 여니, 안개는 다 사라져 버렸다. 빠르게 지나가는 구름이 방을 지나갔나 보다. 도원 이라는것이 이런것일까? 오늘 날씨 또한 그랬다.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하늘 높이 있는 카풍아에서는 오늘 태양을 보지 못했다. 하루 종일 구름이 껴있고, 종종 파란색 하늘이 보이긴 했지만, 다시 구름에 쌓였다. 하루종일 구름낀 날이다.

하지만 전기는 들어왔다. 그래서 세탁기를 돌리고, 흰빨래 수건빨래 두번이나 돌렸는데, 뭐랄까. 구름에 쌓여있다보니 습기가 많이 차있고 빨래가 마르지 않는다. 젠장, 게다가 오늘 밤에는 비가 올꺼 같아. 아마 방안에서 말려야 할꺼 같은데 그렇다가 냄새 날까봐 겁난다. 일기인데 왜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적냐고? 오히려 일기니까, 내가 카풍아에 있는 순간에 내가 하는 일을을 적고 싶은것이니까 그렇다. 그러고 언젠가는 이러한 추억들이 그립겠지... 이러한 추억들이 그립더라도 그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이곳으로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제 쯤이었나, 센터에서 일을 하는 툴라니(현지인)에게 뱀굴을 보여주며 뱀굴을 막아달라고 부탁했다. 툴라니 또한 뱀을 무서워한다. 하지만 툴라니는 뱀이 나오면 잡겠다고 했다. 이번엔 생포해 달라고 부탁했다. 뱀을 생포하면 보드카 한병에 잡아 넣은다음. 센터 가장 큰 나무 아래에 묻은 다음, 내가 떠나고, 나중에 나랑 준호랑(전에 있던 기생충학 전공친구) 다시 이곳에 오면 그때 뱀술을 같이 마시자고 했다. 물론 웃으면서 한 이야기 이지만 그냥 헛웃음 잡는 이야기는 아니다. 언젠가, 내가 좀더 큰다음에, 좀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때, 좀더 이들을 배려할수있을때 다시 오고 싶다.

수요일이다. 방문진료를 떠나는날. 차를 타고 안드레아스를 보러 떠났다. 근데 안드레아스 집 근처에 다달았을때 차에서 소리가난다. 브레이크와 브레이크 밴드 사이에서 나는 소리인듯한데, 브레이크를 밟을 때만이 아니라, 평상시 악셀을 밟을 때도 소리가 난다. 불안하다. 차를 세우고 봤다. 하지만 소리가 나지 않는다.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하니 소리가 난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차는 이 차밖에 없는데 걱정이 앞선다. 우스갯 소리로 센터 교무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한국에 가서 로또가 된다면 가장좋은 랜드크루져를 이곳에 기증하겠다고, 교무님이 되 묻는다 "이 샘 한국가서 로또할꺼에요?" 라고, 다시 대답했다 "번개도 맞았는데, 로또도 해봐야죠-ㅎ 잘 되면 랜드크루져 기증할께요" 라고, 로또가 되든 안되든. 안정된 이동수단이 확보되었으면 한다.

안드레아스가 나와있는 장소에 갔다. 이미 여러 사람이 그곳에 와있다. 안드레아스는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계속 배는 불러오고 (아마 복수인듯하다) 그리고 간지럽고 소화가 안된다고한다. 정말 무엇일까? 이미 한달전에 정부 병원에 보내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시키긴 했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내일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다행이다. 적어도 난 내일 모레까지 이곳에서 진료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을 떠나기전에 마지막으로 한번더 볼 수있어서, 그리고 그의 병에대해서 알고 도와줄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안드레아스가 건강하기를 빈다.

안드레아스 말고도, 그 식료품점 환자와, 내가 사는 집 근처의 환자, 그리고 저쪽 반대편 언덕에사는 할아버지에게도 들렸다. 할아버지는 혈압이 계속 조절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당도 조절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든 조절 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이런저런 약을 써보고, 도와줬는데, 나아짐이 없다. 근데 오늘이 (당분간) 마지막이라니, 최후통첩을 했다. 할아버지 이제 차(Tea)에 설탕은 넣어드시지 마세요. 할아버지는 얼굴이 구겨진다. 대신 할머니는 방긋 웃는다.

그렇게 방문진료를 마쳤다. 하지만 그 어느 누구에게도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냥 이야기하기 싫었다.

지금 센터에서 이 일기를 쓰고 있는데, 코가 매워진다. 이곳 카풍아를 떠난 다는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여러 아프리카 나라에 있었는데, 그리고 여러번의 떠남을 경험했는데, 이번만은 조금 다른거 같다. 아직 떠나야 한다는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단지 수 많은 아쉬움과 미안함만 남아있을 뿐이다.

코 끝이 많이 맵다. 아주 많이

Kaphunga, Swaziland, Africa
23/11/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