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70)



24시간만에 전기가 들어왔다. 어제밤에는, 천둥번개가 심하더니, 결국 전기가 나가 버리던데, 그렇게 전기가 끊겨있는 상태로 지금 이시간 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물론 밤에 잠깐 들어오고 낮에 잠깐 들어왔지만, 유효하지않은 낮은 전압으로 여러번 들어왔다가 나간것이라서 그것을 전기가 온 상태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지난 4달동안 보아왔던 환자를 중심으로, 증상에 관한 감별진단과 그리고 그에 따른 처방약을 표로 만들어서 정리하고 있다. 근데 이곳에서 정리하는 것은 조금 한국에서 배운것과 다르다. 물론 이곳에서 쓸 수 있는 약이 제한적인 것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곳에서의 질병분포가 다르기 때문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한 예로, 한국에서 3주이상 지속되는 기침일 경우 PND나, 천식 또는 GERD를 의심해 보겠지만, 왜인지 이나라에서 3주이상 지속되는 만성기침은 결핵을 의심해 봐야 할것 같달까? 한국에서 대상포진환자가 오면 아주 심한 스트레스등을 고려하겠지만, 여기는 HIV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일까?

의료라는것이 또는 의학이라는것이, 아니 어려운말 말고 쉬운말로 내가 의학적인 지식의 적용이라는것이 내가 있는 장소와 그리고 시간에 따라 많이 바뀔 수 있다 라는것을 깨닫고있다. 사실 어떠한 환자들을 보았는지 머리속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을뿐이다.

빨래를 세탁기에 넣었지만, 전기가 없어서 24시간 불려야되는것.
그리고 내일 가는 방문진료는 당분간 나에게 마지막 방문진료라는것.
내일 맞추려는 티셔츠를 입으면 아프리카 스타일 티셔츠라는것.
그리고 목요일에는 드디어 꿈에 그리던 Extension Braids 를 한다는것 이랄까-

시간이빠르게 지나간다. 하지만 그렇게 빠르게 지나가는 시가이지만 이안에서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나를 바라 보는 내가 지냈던 시간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90 시간정도가 있으면 이땅을 떠나게 되지만, 그 다음곳은 한국이 아니라는것에 살짝, 놀랐다. 아직도 나에게 한국을 돌아가려면 한달 반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것- 물론 지금 한국의 모습을 보면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지만. 익숙한곳, 친구가 있는곳, 그리고 가족이 있는곳 (어라.. 가족은 미국에 있는데..)이 그립다라는 것이다. 세계일주 티켓을 끊어오긴 했지만. 1년 가득 채운 세계일주는 조금은 무리가 있는것 같기도 하다.

춥다. 비는 올듯 말듯하고, 천둥번개는없다. 다행히도 전기는 들어온다. 근데 왜인지 오늘밤은 전기담요를 다시 켜야만 할것 같이 춥다.

Kaphunga, Swaziland, Africa
22/11/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