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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68)


어제밤이였다. 밥을 먹고 집에 오는데 빗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집에 들어오고나서 부터 폭우가 시작되었다. 처음 30분은 비만 내리기 시작 하던 천둥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3주전의 악몽이 떠오르는시간. 전기는 이미끊긴지 오래되었고, 다행히도 노트북도 아이폰도 전원이 다 되었다. 모든 전원을 끄고 비가 안 새는 곳에 잘 모셔둔다음. 이제 침대를 옮기기 시작했다. 창문에서 떨어진 저쪽 방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촛불을 키고 창밖을 바라본다. 그렇게 내 저녁은 시작 되었다. 근데 천둥번개는 멈추지 않는다. 매섭게 친다. 사실 이 공포감을 모르겠다. 내가 번개에 맞았기 때문에 생기는 더 심한 공포감인지 아니면 어제 밤따라 심하게 내리친 번개였는지, 주위인들에게 물어보니 어제밤이 꽤 심한 밤이었다고 한다.

그랬다. 오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쉬지 않고 번개가 쳐댔다. 살짝 거짓말 더해서 지금껏 한국에서 살아오면서 봤던 모든 천둥번개를 어제밤 사이에 다 본거 같았다. 쎄고 크고 무섭고 강한 번개들. 무슨 하늘이 클럽싸이키처럼 번쩍 번쩍 대고 있었다.

사실 그것보다 중요한건 어제 오전 환자들이었다. 좀 일찍 진료소에 내려오니 몇 환자들이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그 몇 환자들이 다 HIV환자들이었다. 남자환자의 기침을 보고, 여자환자의 설사를 봤다. 근데 남자환자가 떠나지 않고 진료소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무엇일까? 여자환자가 진료가 끝나고 약을 받아서 나가니 그때가 되서야 남자환자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 둘이 부부였다. 둘은 각자의 진료가 끝나고 나니 서로 조심스럽게 발을 맞추며 진료소를 떠난다. 부부가 HIV환자이고 부부가 약을 받고 부부가 같이다닌다. 이런 모습이 부부의 모습인것인가? 생각이 들었다.

다음주 이시간이면 짐을 싸고 있어야 한다. 카풍아에 온지 벌써 세달하고 반이 지나갔다. 처음 이곳에 있기로 한시간은 네달. 그시간이 다 되어간다. 내가 이곳에서 무엇을 얻어 가는것일까? 사실 카풍아를 선택한 이유는 내가 더 많은 것을 배울수 있을것 같아서 였다. 현지인과 같이 생활하고, 현지의 환자를 보고 내 한계를 느껴보고 싶었다. 매일매일 조금씩 나의 한계를 느껴 간다. 그와 동시에 어떠한 것이 이들에게 진정한 도움이 되는것인지 고민을 해보는것 같다.

일기가 짧다. 뭐. 사실 정신이 없다. 심리적으로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압박감이 밀려오고 있고. 사실 쉬지 않고 치는 번개 때문에 정신도 없다; ㅎ 그래도 오랜만에 전기가 들어오니 노트북도 충전시키고 업로르도 가능하겠다. 하늘을 보니 또 서쪽하늘에서 먹구름이 몰려온다. 또 밤에 비와 번개가 치려나보다. 예보대로다. 에휴 ㅎ


Kaphunga, Swaziland, Africa
18/11/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