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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66)



짧은일기.

사실 조금은 귀찮은 날이다. 무언가를 써야한다는 압박감도 있고 그런것들이 있는밤. 이곳에 지낸지 3개월하고도 2주가 지나가는듯 한데. 그동안 제대로 쉰것도 없고 (주말마다 뭐한거냐!!) 종종 부딛치는 매너리즘스러운 내 진료행위 때문에 한계를 느끼기도 하고 그런밤.

아마 아프리카 등에서 진료소를 운영하다보면 겪는 일일텐데, 가장 큰 문제는 언어다. 물론 나에게 통역을 해주는 친구가 있기는 하지만, 결국 나와 환자 사이의 언어의 장벽은 그 환자가 영어나 한국어를 구사하지 않는한, 내가 반투어를 구사하지 않는 한 결국 통역을 해주는 친구에 결정되어 진다. 문제는 그통역을 해주는 친구의 의학적 지식이 그 통역의 많은 부분을 결정 한다는 것이다.

오늘 겪은것만 해도 세가지정도가 있는데,

허리 아랫부분 그렇니까 내가 보기에는 L3-L5정도 양측부에 있는 근육의 뭉침등으로 오는 허리통증을 통역하는 친구에 걸러짐에 따라 신장통증으로 번역이 된다는것이다. 사실 신장은 꽤나 윗부분에 있는데 말이다.

두번째는 cramps 라는 것인데, 사실 얼마전부터 복부통증에 대해서 자세하게 구분하기 위해 이것저것을 물어봤는데, 요 몇주간 모든 환자들의 복부통증이 cramps이다. 이건 뭐랄까 난감하달까.

세번째는 하복부 통증인데, 모든 하복부 통증이 blader pain 즉 방광통증으로 돌려진다. 근데 대부분 소화불량등에 따른 복부통증.

사실 통증이라는것의 개념이 참 애매모호하고표현하는것이 어려운데, 그게 한국어로도 어려운데, 영어로 번역해야 하고 그것을 또 반투어로 바꿔야 하니까 아이러니하다. 사실 그렇다보니, 난 의사이긴 하지만 진료나 문진에 있어서 상당히 많은 부분을 통역하는 친구에게 의존하고 있는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부분을 신체검진으로 메꾸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그런것도 아니고, 사실 이런부분이 가장 많이 느껴지는 고민에 대한 부분이다.

내가 현지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이상 이들과 벽이 생기고 그 벽을 넘어가주는 통역해주는 친구가 결국 의사의 역할이 되는것이기에. 사실 그렇기에 차라리 영어가 모국어인 인도인이나, 남아공 사람들이 오면 낫다. 내가 영어를 그들만큼 못하기는 하더라도 그들이 표현하는것을 내가 반투어-영어 의 통역보다는 많이 이해할 수 있고 또한 내가 직접 영어로 물어볼수 있으니까.

아마 해외 봉사중인 대부분의 임상의들의 가장 큰 고민이 이것이지 않을까?

Kaphunga, Swaziland, Africa
15/11/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