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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64)



어제 였다. 오전에는 평상시와 같이 진료를 보고, 오후에는 Matjana 지역 그렇니까 내가 있는 Royal Kraal에서 8km정도(라고 표지판에 써있지만 실제로는 더 먼듯하다) 떨어진 카풍아 지역의 최고봉지역 마ㅉ야나 지역으로 의료봉사를 다녀온 날인게.

하지만 의료봉사를 가서는 오후시간동안에 많은수의 환자를 기계적으로 보았기때문에, 그리 기억에 남는것은 없다. 이야기는 나중에 쓰기로하고, 오전에 봤던 환자들에 대한이야기를 쓰련다.

한환자가 왔다. 온몸에 수포가 터지고 간지러워서 왔다고 했다. 기본 예진에 적혀있는 말로는 수두 나 대상포진 같다. 근데 수두 치고는 나이가 많고, 전신이 아니고 대상포진치고는 신경절을 따라가지 않는다. 좀더 자세히 보고자 했다. 등부분부터 시작되었다고 했다. 음. 등부분부터 시작? 대상포진인가? 등을 보니 이건 뭐. 대상포진은 아니고 곰팡이 감염이다. 그렇니까 등부분에 곰팡이 감염이다. 음. 성인 남자가 등에 곰팡이 감염이라고...? 이건 HIV다 .

환자에게 물어봤다. HIV양성이냐고, 환자는 말한다 지난달에 진단 받았다고, 역시나. 건강한(?!) 성인남자에게서 생기는 진균감염이나 대상포진은 HIV가 대부분이다. 근데 사실, 이나라 전체 성인 인구의 26% 가 HIV양성이니까 (정부통계발표, 여러 통계중 제일 낮게 발표된것이 26%이며 실제 체감 퍼센테지는 50%정도) 어지간히 찍어도 HIV이긴 하지만, 사실 요 며칠간 특이 이상증상으로 온 환자들이 꽤 있었고, 다들 HIV양성환자였지만 진료소 차트에는 양성 환자로 등록되어있지 않은 환자였다. 몇주전부터 통역 및 접수를 해주는 아이는, HIV양성여부를 며칠간 연속적으로 맞추고있으니 날 명의로 보고있다. 이런...

환자의 주증상은 등뒤의 수포와 기침이였다. 기침이라. 그래 며칠전에 날씨가 추웠으니까 감기, 근데 기침을 한지 3주가 넘어간다고 했다. 혹시나 결핵이냐고 물어봤다. 환자의 대답은 예상대로 결핵 양성환자. 치료중이였다. 결핵환자이니까 치료약을 먹더라도 기침증상이 남아있는것은 당연한것. 기본적인 기침약만 주었다. 근데 생각해보니 학생때 실습돌때는 기관지결핵환자 기관지내시경 하러오면 다들 마스크 쓰고 환기시키고 그랬는데, 카풍아에서는 결핵환자가 흔하다보니(...) 무뎌진다. 뭐 근데 살이 빠지긴 커녕 잘 붙고 있으니 결핵걱정은 안해도 되겠지.

또다른 환자는 질분비물로 온 환자다. 그렇니까. 질염. 근데 환자의 기록을 보면 몇주전에도 질염을 앓았었고 그뒤치료를 받았던 환자다. 근데 채 2달이 되기전에 다시 왔다. 같은 증상으로... 그렇니까 반복되는 질염. 이거 머리아프게 한다. 아무리 이나라에 성병이 흔하다고 하지만 이렇게 쉽게 반복적으로 걸릴 수는 없는 일이다.

반복되는 질염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래도 내 기준으로 이곳 상황에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파트너의 감염이다. 어떻게 보면 난 이곳에서 성병환자들을 치료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까먹고 있었던것이다. 성-파트너도 같이 치료할것. 물론 콘돔을 주고 난뒤 파트너로부터의 감염을 막고 있기는 하지만, 이동네 애들이 파트너가 한명만 있는 것도 아닌데 이거, 우선 환자에게는 약을 주었다. 3제요법. 그리고 성관계력을 물어보니 그렇게 주기적으로 관계가 있지는 않다고 한다. 점점 머리는 미궁으로 빠진다. 어쩔 수없다. 우선 이번에도 약을 주고 다음번 다음 시기에도 또 같은 증상이 생긴다면은 파트너를 데리고 오라고 했다. 바보 멍청이 갔다. 기본적인 원리를 까먹고 있다니.

그렇고 밥을 먹고 마ㅉ야 지역으로 갔다.

이근처 카풍아 일대에서 최고의 고산지다. 그 위에 올라가니 다른산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 해발 1500정도는 되는 듯 하다. 하하 바람도 쎄고, 좋다. 근데 이런데서 비오고 천둥 번개치면 난 또 번개를 맞을꺼 같은 사람이라서 겁이난다... 내가 있는 집이랑 센터가 나름 낮은 지역(1100m)이라서 다행인듯.우선 그지역 초등학교를 빌려서 진료를 보기 시작했다. 꽤나 많은 수의 환자들을 봤는데 대략 150명의 환자들은 그지역 초등학교애들 (...) 나머지 50명은 그지역 노인들 이었다.

초등학교 애들의 증상은 뭐, 내가 있는 센터 유치원 애들 수준이었다. 가벼운 기침, 머리의 도장빵, 설사 등 그리고 손목 염좌나 무릎 또는 발목 염좌가 많았는데, 제 2의 원인이 지나친 축구등으로인한 부상이었고 제 1의 원인은... 그렇니까 소에 치여서 였다. 그렇니까 소나타에 치인게아니라 소에치인거... (이런.. 트위터에서나 하는 드립이라니..) 하- 10-13살 아이들이 손목이나 발목을 다쳐서 멘소래담을 달라고 진통제를 달라고 65세 관절염 환자들 처럼 이야기를 하는데, 그 이유가 소에 치여서 였다. 하...

그렇게 폭풍같은 초등학생들 150명 가량의 진료를 마치고, 그리고 구충제를 나눠주고 (알벤다졸 400mg or 200mg +_+) phase2, 어르신들이 오기 시작했다. 확실히 마ㅉ야 지역에는 어르신들이 많다. 뭐랄까 로얄 크랄까지는 8km라고 하는데 체감상으로는 15km정도고 대부분 산길이기 때문에, 어르신들이 지팡이를 가지고 내려오기는 힘든 거리이다. 대부분 관절염 환자들. 그리고 혈압약이 떨어졌지만 정부병원에 내려가지 못하는 환자들..

200명정도의 환자를 보고나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반나절 동안에 200명의 환자들을 공장식으로 기계식으로 보는것이 과연 옳은것인가 라는 생각부터 시작했다. 과연 옳은 것일까? 한국의 개원가에서는 150명정도 하루종일 본다는데, 좀더 심해진다면 미국에서는 하루에 20명정도도 많이보는것이라고 하는데, 그 짧은 시간에 200명이라니 내가 한것이 의료봉사인지 아니면 그냥 약을 나누어주는 일이었는지 의심이 들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것인지 아니면 해가 되는것인지 아니면 내 자신에게 위안을 주기 위해서 하는일인지 그런것들 말이다.

만약 카풍아 지역에 1년정도 있게 된다면 마ㅉ야 지역에는 일주일에 반나절 정도 이동진료소를 만들고 진료를 보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의료의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건강의 혜택을 받고있지 못하는 사람들. 과연 그러한 현실이 옳은것인가 라는 고민이 들었다.

매번 이곳에서 환자들을 볼때마다, 급성감염환자부터 만성병환자까지, 이들과 평생 같이 살면서 돌보아야하는 상황이 아니고서는 나아짐이 없는 또는 잠시 있다 가는것만으로는 내자신의 안위나 자위 밖에 안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래서일까? 아마 그래서 임상보다는 예방과 역학쪽을 공부하고 싶은것 같다. 아마 개인적인 생각이겠지만 짧게 단기적으로 가서 기침 환자들만 보고 돌아오는 의료봉사에 대해서는 회의가 든다. 외과의사가 없는 곳에서 꼭 필요한 외과수술등을 1년에 몇번정도 하는 그런류의 봉사라든지, 아니면 지속적으로 상주하는 의사가 있는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과연 예방과 역학을 한다고 나아질까?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공부를 하다보면 그리고 그 길을 걸었던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조금 길이 보이지 않을까라 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나는 카풍아에 와서 이들로부터 너무나 많은것을 배우고 간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 미안하다.

ps 오늘 일기는 3500자정도 나온다. ㄷㄷㄷ

Kaphunga, Swaziland, Africa
12/11/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