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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63)



보름달 시즌이다. 어제 밤에 누우니까 달빛이 내려오더라. 그렇게 한달에 몇번씩 달빛에 잠이 못들곤 한다. 그렇게 겨우 잠들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시계를 얼핏 보니 7시이다. 창 밖을 보니 이미 밝다. 얼마 잔것 같지도 않은데, 다시 잠깐 눈 붙였다가 시계를 다시 봤다. 5시였다. 시계를 거꾸로 들고 잠시 햇갈렸던 거다.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밖은 밝다. 남반구의 여름인것이다.

한 오누이가 진료소에 왔다. 오빠의 증상은 가벼운 감기. 근데 동생의 증상이 조금 다르다. 이마 왼편에 욕창 비슷하게 상처가 있다. 진균감염이었던거 같은데 가렵고 더워서 긁다보니 점점 커져가는듯했다. 피도나고 고름도있고, 아쉬웠다. 소독을 하고 기타 진균제를 챙겨줬다. 근데 뭐랄까 뭔가 다른것을 챙겨야 할 듯했다. 어디산가 협찬받은 효삼추출물 키디! (이거 특정 상표 써도 되나), 우리 진료소에는 키디가 있었다. 그래 밥잘먹고 균형잡힌 식사하는것이 중요한데, 이곳 식사가 뻔하니까 어쩔 수 없이 종종 비타민이나 기타 건강보조식품들을 주곤 하는데, 오늘은 키디다. 60개 들이 짜리 한팩을 집었다. 분명 동생만 주었다간 오빠랑 싸울것 같으니, 오빠랑 동생 사이좋게 하루에 하나씩 먹으라고 했다. 그리고 이 달달한 맛을 사탕으로 오해하고 하루에도 여러개 먹을 수있을꺼 같아,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다. 이것은 약이니까, 하루에 두개씩 먹으면 설사하니까, 두개씩 먹지 말고 하나씩 먹으라고. 오빠가 두 눈을 반짝거리며 그 키디를 받는다. 그리고 동생 여자아이는 자신이 받은 약들을 다 오빠에게 준다. 결국 오빠가 모든약을 챙겨서 간다. 왜인지 가족이 그리워진다. 정확히는 미국에 있는 누나가 그리워진다. 그래도 4주뒤면 보니까 ;)

사실 그렇다. 질병을 치료하는 것 보다는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균형잡힌 식단을 정상적으로 섭취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균형잡힌 식단이라는 것이 절대적이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잘 먹지 못해 아픈것을 보면 아쉽다. 어떠한 의미로 차라리 농업 축산업을 공부해서 전 가난과 배고품에 굼주리는 인구가 건강해 질 수 있는 어떠한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것이 정잘 더 건강증진에 이바지 하지 않겠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근데 그랬다가는 생태계가 파괴되겠지. 차라리 북미 및 북서유럽에서 낭비되는 식품들. 그렇니까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들이 균등하게 분배만 된다면 굶어 죽는 인구가 없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진료 시간에는 많은 환자가 없었다. 농번기는 농번기인가 보다. 그리고 날씨가 덥기는 덥나보다. 그런 가운데 한 가족이 왔다. 엄마와 두남아이. 한 아이는 걸어다닐만한 3살짜리 한아이는 아직 생후2개월된 아이. 아. 아이다. 진료소 책상을 치우고 아이를 눕힐 준비를 했다. 엄마가 포데기 를 풀어 아이를 눕힌다. 아이는 땀에 쩔어있다. 게다가 수건으로 회음부를 싸고 위생팬티 비슷한 비닐팬티로 덮여져 있다. 땀에 쩔어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우선은 다 벗겼다. 아이는 좀 시원해 한다.

이아이는 출생 직후부터 배꼽탈장으로 엄마가 계속 데리고 온 아이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2살때까지 자연적으로 닫히는 걸로 알고 있다. 트위터에 빠르게 물어보니, 4-6살 까지도 지켜볼 수있다고 한다. 게다가 특별한 합병 (너무 크거나, 또는 장꼬임등) 증상이 없으면 자연경과를 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엄마 내가 아무리 설명해 줘도 듣지 않는다. 그리고 엉덩이에 있는 치핵 비슷한것이 사라지지 않는 다며 계속 보여준다. 근데 아이를 눕히고 엉덩이를 벌리고 치핵을 보여주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혹시 물어봤다. 하루에도 몇번씩 엉덩이를 보냐고, 엄마가 말한다. 그렇다고, 아.... 이엄마 아이를 너무나 잘 보살펴주는 듯하다.

그리고 차트를 보니 3일간 변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사실 변비의 의학적 정의는 3일간 변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니, 혹시나 지난 3일전 부터 변을 못 보았냐고 물어봣다. 엄마 말로는 그게 아니라 3일전부터 혼자서 변을 보지못해 작은 솜이나 면봉등으로 항문을 자극해 변을 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 )

자자 이엄마는 그렇니까 아이가 자신의 생각에 정상적으로 생각되는 행위를 할때까지. 배꼽도 매일보고, 치핵도 매일 자주 보고, 변을 안보면 자극까지 주는 어머니인것이다. 우선 이 아이 엄마를 안정시키고 애가 정상상태라는것을 강조해야한다. 아이는 별다른 이상없이 정상이라고 말했다.그리고 우선 배꼽은 좀더 지켜보자고 안심을 시켰다. 1달뒤에도 이것이 작아지거나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커지거나 한다면 그때 정부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 보자고 설득을 시켰다. 그리고 치핵과 변비는 우선 아이가 자연스럽게 배변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켜보자고 또한 안심을 시켰다.

근데 무언가 태어난지 2달부터 자신의 부모가 생각하는 모습을 이루어야 한다는 모습에 한국에 수 많은 아이들이 생각 났다. 게다가 오늘이 수능 날이던가? 국개론님의 트윗봇 사건부터 시작해서, 벌써 자살한 사람들까지, 무엇이 그렇게 아이들을 억압하는지, 규제하는지 궁금해졌다. 과연 아이들은 우리들에게 축복인것인가? 아니 우리는 그 아이들이 그 축복된 삶을 살 수 있도록 그대로 축복해주고 있는 것인가? 우리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아이들을 바꾸려하는것은 아닌가. 여러생각이 들었다.

보름달이 가까워지는 밤이다. 근데 비가 오려는지 구름이 많아서 별도 달도 보이지 않는다. 구름만 보이다. 하늘이 뿌옇다. 바람이 심하게 불고 전기도 나갔다. 그렇게 오늘밤이 온다.

Kaphunga, Swaziland, Africa
10/11/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