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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60)



60번째 일기. 하지만 이전과 같이 60번째라고 특별한것은 없다. 평상시와 다름없는 늦잠을 자는 주말을 보냈고, 여유있게 운동을 빡시게 하고, 책을 읽고 재충전을 가지는 시간이 였다. 조금 다른것이 있다면 잠을 6시간 밖에 못자고 조깅을 한 시간 하니 매우 피곤하다는것? 한국에 계신분들이야 6시간이면 많이 자는 것일 수도 있고, 요즘 여러 학원들을 다니는 초등학교 학생들에게도 6시간이라는 시간이 많은 시간 일 수도 있다만, 카풍아에 있는 사람들은 해지고 나서 잠이 들고 해가 뜨면 일어나는 것을 봐서는 대략 8시간씩은 자는듯하다. 그리고 고산지대이다 보니까... 각설하고, 조금은 피곤한 월요일 이었다. 빨리 점심을 먹고 진료소 소파에서 잠시 새우잠을 정도로 피곤했달까? 그덕에지금은개운한데, 과연 오늘밤에 잠이 올지는 모르겠다.

어제밤에는 갑자기 전기가 나갔다. 머리에 헤드셋을 끼고 불어공부를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전기가 나가니, 가슴이 놀라더라. 그리고 짧은 순간 두려움이 닥쳤다. 아마 번개를 맞고나서 몸은 멀쩡한듯 하지만 마음은 비오고 전기가 나가는 밤만되면 두려움에 떤다. 아마 이곳을 벗어나면 나아지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WHO가 말한 건강의 정의가 생각 났다.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 상태 라고 했던가 (영적 안녕 상태는 빠졌다고 하던데, 아마 WHO의 주축을 이루는 사람들 중에서는 무신론자가 많아서 그랬겠지만, 지구상에 종교를 가지고 있는 영적인 안녕 상태를 추구하는 사람이 더 많지 않으려나?), 그러한 기준에서 지금은 건강하지 않은 듯하다. 아마 비오고 전기가 나간 천둥번개 치는날에도 멀쩡해야 건강하다고 말 할 수 있겠지.

기생충약을 원하는 환자가 왔다. 대부분의 이곳 기생충은 flatworm이니까, 알벤다졸을 주는데, 알벤다졸을 주니까, 자신은 시럽을 먹고 나서 나아졌다고 시럽을 달래는 것이다. 정확히영어로는 pills(알벤다졸)을 먹고도 나아짐이 없으니까 medicine(시럽)을 달라는 표현이었는데, 중간에 통역 하는 친구가 잘 못했는지 몰라도 pills(알약)과 medicine(약)은 같은 의미로 다가왔다. 근데 중요한건 우리 진료소에는 시럽으로된 구충약이 없다는 것이다. 근데 자신은 그 시럽을 먹고 기생충이 사라졌으니 시럽을 달라는 것이다. 어떻게 환자에게 설명해야 될지 난처했다. 우선 말했다. 우리 진료소에는 구충약 시럽이 없고 모든 구충약은 이 알약(알벤다졸)이라고, 그리고 다른 어떤 시럽도(우리 진료소에 있는) 구충작용을 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아마 구충약을 먹고나서 며칠있다가 시럽을 먹었는데, 아마 시럽을 먹고나서 기생충이 나왔으니, 시럽때문에 기생충이 제거 되었나고 믿었나보다. 다행히도 환자는 고집을 부리지않고 내말을잘 따라주었다.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란 직업은 단순히 환자의 질병만 고치는 직업이 아니라, 환자의 교육이나, 질병에 대한 이해를 위한 교육 등도 같이 해주어야 한다던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아니나 다를까, 이러한 생각을 하며 집으로 오고 있는데, 옆 건물에 사는 한 어머니가 나에게 묻는다. 자신의 아이 머리에 Ringworm(기계충/도장빵)이 있어 깔람달라 병원에 다녀왔는데 하루에 한번먹으라고 약을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은 그 약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내가 알기로는 기계충/도장빵의 치료약은 항 진균제 인데, 항진균제는 이나라에서 구하기 힘들텐데, 항진균제를 쉽게 주다니, 궁금했다. 약을 가져다주니, 내가 알 수 없는 필기체로 뭐라고 적혀있고 아침에 하루 한번 먹으라고 써있는다. 사실 무슨 약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먹는 양이나 용법으로 봐서는 항진균제일 확률이 높다만, 과연 정부의원에서 항진균제를 그렇게 쉽게 많이 줄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 약값만 하더라도 상당할텐데, 게다가 그 깔람달라 병원에는 의사가 없고 간호사/조산사만 있다고 했으니.우선은 그 약을 먹이라고 했다. 그래고 내일 센터에서 항진균 연고를 가져다 준다고 했다. 사실 한국이나 미국의 교과서에는 기계충/도장빵이 진균연고로 나아지지 않는다고 되어있지만, 이곳에서의 경험상 아주 심한 경우가 아닐 경우 항 진균제 연고를 통해서도 기계충/도장빵이 사라지는 경우를 봤기에, 아주 심한경우가 아니고서는 연고를 사용하는 편이다. 이곳에 있으면서, 환자가 원하는 의사가 어떠한 형태인지 조금씩 느껴가는것 같다. 물론 한국에 돌아가면 또 다른형태의 의사를 원하겠지만.

만약에 나중에 다시 기회가 되어서 이곳에 또는 아프리카 어딘가로 갈 기회가 있다면, 치과 기술을 배워 가고싶다. 치과의사가 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발치나, 몇몇 관리등은 배워야 하지 않나 싶다. 치과의사조차 드문 아프리리카이니까. 하지만 모르겠다. 과연 다음에 아프리카에 올때는 어떠한 모습으로 오게 될지 말이다. 6년 전에 이곳에 있을때는 한 선교단체의 일원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조금은 무능력하지만 그래도 의사라는 직함을 달고있는 의사의 모습으로 있다. 과연 다음에 이땅을 밟게될 때는 어떠한 모습일까? 그리고 그 시간은 언제가 될까? 떠날 시간이 다가오니 벌써 다음에 올 시간이 그리워진다. 아프리카라는 땅은 그런가보다. 계속 나를 부르고 있다.

Kaphunga, Swaziland, Africa
7/11/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