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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59)



비가오고 천둥 번개가 치는 날씨는 사라졌다. 이미 아침 일찍부터 태양이 위에서 내리쬐고, 7시만 되면 방이 밝아졌다. 다시 맑은날의 카풍아로 돌아왔다. 아침이면 다시 닭과 염소가 울어대는 그러한 평온한 날이다. 사실 아침에 염소소리때문에 깼다. 염소 세마리가 쌍을 지어 울어댄다. 무엇 때문일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보니 울타리 밖에는 엄마 염소가 울고 있고, 울타리 안쪽으로는 태어난지 얼마 안되는 어린염소 두마리가 울고 있다. 아마 엄마 염소와 같이 나가지 못한 어린염소들의 길잃은 울음 소리였을까? 어린염서와 엄마염소가 울타라리를 한곳에 두고 서로 울고있다. 집주인 아저씨가와서 울타리를 연다. 엄마가 들어오고, 어린염소 둘이 엄마를 쫓아다닌다. 그렇게 그들의 아침 해프닝은 끝이났고 더이상 울음소리는 없다. 그렇게 애틋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HIV양성인 엄마를 둔 아이가 왔다. 예전부터 종종 감기로 클리닉에 오곤 했는데, 오늘도 다를까 감기 때문에 왔다. 아 아이를 기억하는 것은 이아이가 잘 웃는 아이고 내가 바라볼때 눈맞춤을 잘하고 종종 나에게도 안기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다를까 먼저 양팔을 벌리고 안아 달라고 달려온다. 아이를 안는다. 사실 내가 안기에도 조금 무거운 아이다. 보통 어린 아이들이 오면 대부분 안아보곤 하는데, 이렇게 먼저 안기는 아이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이 아이는 내가 안고나서 나를 꼬옥 붙잡는다. 아니 나를 꼬옥 안아준다는 기분이었을까? 이런적은 처음이었은데, 코끝이 찡해진다. 아이에게 약을 주고 이제 보내야 되는 시간, 아이는 나가기 싫다며 떼를 쓰고 오히려 나에게 안겨서 엄마에게도 가지 않고, 계속 달라붙어 있는다. 아 정말 이런적은 처음이었는데, 어쩔수 없이 진료소 입구까지 아이와 같이 갔다.아이가 신발을 신는것을 보고, 어머니에게 잠시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문뒤로 얼른 숨었다. 다행히도 아이는 내가 사라진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게 겨우 보낼 수 있었다.

점심시간이 다가올 무렵 어떤 할머니와 아이가 왔다. 아이는 팔모양과 손의 모양도 이상하고 눈도 조금 풀려있고 계속 침을 흘린다. 아니나 다를까 뇌성마비 환자였다. 혼자서 걸어 다녀야할 나이인데도 걷지 못하고 할머니에게 안겨 진료소 까지 왔다. 대부분의 일상을 혼자서 해결 할 수 없기에, 누군가 옆에 있어야 하고, 그렇기에 조금은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환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의 얼굴에는 미소와 행복이 가능하다. 예전에 어디서인가 이러한 문구를 읽은적이 있다. 모든 아이가 하늘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지만, 특별히 장애가 있는 아동은 하늘이 우리에게 내려준 천사라고, 그 할머니의 얼굴과 태도를 보면서 느꼈다. 정말 이 아이는 장애가 있는 아이가 아니라 하늘이 내려준 천사라는것.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손을 잡아보았다. 같이 손을 잡기는 힘들지라도 손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오전내내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기분좋게 지내고 있었다. 점심을 맛나게 먹고 아이스커피도 마시고 진료소의 문을 열고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문 바로 앞에서 노트북을 들고 일기를 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막 학교에서 끝나고 온 3명의 아이가 있었다. 진료소의 문을 닫았다고 이야기하니, 한 아이는 갑자기 얼굴을 찡그리며 자기는 배가 너무나 아파서, 죽을것 같다고 말한다. 약을 다라고, 분명히 내가 진료소의 문을 닫았다 라고 이야기 하기 전까지는 웃으면서 장난을 치면서 온 아이였다. 진료소시간이 지났기에 약을 줄 수 없다며 문을 닫았다. 아이들은 몇분간 계속 문앞에서 떠든다. 원칙을 유지하려고 하는데, 질 수 밖에 없나보다. 문을 열고. 증상을 물어보고 다시 약을 주었다. 이렇게 예외가 늘어나면 안되는데, 아니나 다를까 10분도 안되어서 또다른 환자가 온다. 이번엔 나이가 많은 중년 여성, 하지만 이여성은 영어를 하지못한다. 계속 스와지말로 뭐라고 하고있다. 이번엔 어쩔 수 없이 진료소 시간이 지났다며 문을 닫았다. 좀 있다가 환자는 떠났다.

종종 이런 상황이 되면 고민이 된다. 진료소에는 정해진 시간이 있고, 그 시간이 아니면 환자를 보지 않는다. 문제는 그 이외의 시간에 진료소안에 있거나, 문을 열고 내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꼭 누가 찾아 온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약을 주었지만, 모르겠다. 점점 내가 가져야하는 나만의 시간이 줄어들고, 쉬는 시간 이 없어지는 기분이랄까. 될 수있으면 원칙을 준수하려고 한다. 그리고 응급환자가 아니고서는 진료시간이 아니고서는 약을 주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료시간외 찾아오는 환자들을 되돌려보내면 미안하고 속상한 마음이 든다. 정확히는 나에게 찾아온 예수를 돌려보내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불편한것 같다. 나에게 찾아온 예수를 돌려보내기는 싫고, 반면 그렇게 진료시간 이외에도 환자들을 받아드리다 보면, 내자신이 가져야하는시간, 즉 다음날의 일을 위해 충전을 해야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기분이랄까. 이곳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멀었나보다. 머리속에서 부딛치는 여러가지 모순들이 계속 있다.

Kaphunga, Swaziland, Africa
4/11/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