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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58)



폭풍같았던 시간들이 지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스킵했던 일기 56은 업로드 되었고, 어머니와 통화를 끝냈다. 어머니는 걱정은 하셨지만, 다행이라고 하셨다. 혹여나 한국으로 긴급 송환될까 걱정이 되었지만, 그런일로 송환시킬꺼라면 아프리카는 보내지도 않았을꺼라며 나의 걱정을 없애주셨다.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왔다.

오늘따라 조금 일찍 진료소에 갔는데, 오늘도 여지없이 사람들이 미리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환자는 발바닥이 아프다던 환자. 대략 한두달 여전부터 꾸준히 발바닥이 아프다고 온 환자였다. 초기 진단은 외상이나 근육 뭉침 이었는데, 이것이 6주가 넘어가니까, 건강염려증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마에 오메가 싸인도 보이는듯 했고, 그래도 좀 더 지켜보자는 마음으로 진통제와 맨소래담 크림을 주었다. 근데 뭐랄까 혹시나 환자의 신발이 궁금했다. 나가서 보니 신발은 가장 저렴한 쓰레빠. 쿠션같은것은 없고 오래신으면 발이 아플 수 밖에 없는 구조의 쓰래빠였다. 그런 신을 신고 하루에 4-6시간씩 걸어다니니, 발이 아플 수 밖에, 오히려 맨발이 더 나을 수 있을 정도의 신발이었다. 환자에게 말했다. 제대로 된 신발을 신으라고, 그신발을 신으면 발이 아플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환자가 왔다. 몇주전부터 눈이 안보인다고 말했다. 뭐랄까, 안과는 전문지식이 없으면 접근할수가 없기에 조금 난감한 케이스였다. 환자에게 어쩔때 눈이 안보이냐고 물어보니, 책을 읽거나, 글을 읽으려고 하면 잘 안보인다고 말 하는 것이었다. 환자의 나이를 보니 (만)47세, 어느정도 슬슬 노안이 오기 시작할 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환자에게 눈이 안보이는 것은 다른 병이나, 감염이 아니라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생기는 어쩔 수 없는 노화현상이라고 설명을 했다. 환자는 안경을 사달라고, 또는 안경을 살 돈을 달라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안경 처방은 내릴 수 있지만, 안경을 직접 사주거나, 안경살 돈을 직접 줄 수는 없는것인걸), 어쩔 수 없는 미안한 마음으로 환자를 돌려보냈다.

조금 여유로워졌을때인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왔다. 그사람들은 어제 오후 수도 음바바네에서 왔던 그룹이다. 어제 오후는 방문진료가 있는 관계료 진료를 보지 않는다고 이야기해서 돌려보낸 그룹인데, 수도 음바바네에서 2시간정도 차를 타고 이곳 카풍아 시골마을 진료소까지 왔다. 왜 그랬을까가 궁금헀지만 정말 재미 있는 이야기는 따로 있다. 환자는 자기가 위궤양이 있다고 말했다. 혹시 환자에게 다른 의사에게 진단을 받았냐고 물어보니 다른의사가 위궤양 처럼 보인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혹시 위내시경검사를 받았냐 라고 물어보니, 그런것은 받은적이 없다고했다. 아! 우선 깨달음이 왔다. 그 환자의 차트를 보니 몇달전에 위궤양의 의심하에 약을 받아갔었다. 근데 그약을 먹을 때만 좋고 약을 끊고나서는 계속 속이 아프다는 거였다. 혹시나 해서 환자에게 물어봤다. 혹시 차(black tea)나 커피를 좋아하냐고, 환자는 즐겨마신다고 이야기했다. 또 물었다 혹시 짠음식을 좋아하냐고, 환자는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고기와 기름진 음식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아! 두번째 깨달음이 왔다. 위산분비를 촉진시키거나 위장보호효과를 떨어트리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으면서 계속 위궤양을 호소하는 것이였다. 환자에게 말했다. 커피와 차를 반이상으로 줄이는것이 중요하다고, 그리고 설탕도 줄이라고 ( 이지역 사람들은 보통 1잔의 차(200ml)에 7~10티스푼의 설탕을 넣어 마십니다.) 환자는 어떻게 커피와 차와 그리고 설탕과 짠음식을 줄 일 수 있냐고 말했다. 그렇게 식습관을 조절 하는것이 약을 먹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며 환자교육에 들어갔다.

그동안 내가 놓치고 있던 것이었을까? 단순히 차트상에 적혀있는 환자로만 봤을경우 질병으로만 환자를 바라 보았는데, 조금더 환자의 생활과 주변환경등을 보고 있으면 왜 환자가 그러한 질병들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런 증상등을 가지게 되었는지 이해가 되는 하루였다. 의사가 한번 환자가 되고나서 변한 부분이랄까? 내가 번개를 맞고 시토벨라 병원에 갔었을때, DRC의사는 나에게 안정감을 주었고, 내 주변환경에 대해서 물어봤었다. 아마 환자가 가지는 질병을 보는것이 아니라 나를 찾아온 어떤 사람이 살고 있는 환경과 그 주변을 바라보는것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불편함을 덜어주는것에 도움이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이 분다. 평안하다.

Kaphunga, Swaziland, Africa
3/11/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