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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56)



정확히 진료소 일기 55를 쓰고 2시간 뒤었을까? 그쯤이었다. 평상시보다 조금 빠른 밥을 먹고 집에 올라갔다. 집에 도착하니까 5시 15분정도. 여전히 전기는 들어오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미친듯이 비가 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천둥과 번개가 치기 시작한다. 무섭게 번개가 친다.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리기 까지의 시간은 1초내외. 즉 그 번개의 중심이 내가 있는 곳에서 340m 안에 있다는 것이다. 종종 번개가 치고 바로 천둥이 들리기도한다. 그쯤. 아이폰의 전원이 거의다 다 되어있는 관계로 노트북의 전원으로 아이폰을 충전시키기로 했다. 아이폰을 손에 들고 노트북을 책상에 나두고 있었다.

평상시 번개치는것을 보기 좋아했으니, 커텐을 쳐놓고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창밖에는 비가 무섭게 내리고 천둥과 번개는 쉬지 않고 왔다갔다하고 있다. 그 순간이었을까, 번개가 마당으로 떨어지더니, 갑자기 나한테 다가온다. 그리고 아이폰을 들고있는 내 손으로 왔다.

쾅-

그리고 난 뒤로 넘어갔다. 이미 아이폰과 노트북은 바닥으로 떨어져 있었고, 내 오른손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extension (펴짐) 상태로 몇십초간 지속 되었다. 그래, 난 번개를 맞은것이다. 번개는 그렇게 아이폰의 끌림을 타고 내 방안으로 친히 들어와 내 오른손을 타고 내려가 오른쪽 엉덩이를 타고 의자의 쇠붙이 팔걸이를 타고 바닥으로 내려갔다. 그렇게 번개를 맞고나서는 누구에게 연락을 해야겠다는 순간보다 second attack을 피해야 겠다는 생각이 먼저 왔다. 내주변에 있는 모든 쇠붙이 들을 저쪽 구석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침대에 앉아서 비가 그치기를 천둥이 그치기많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에게도 연락할 수 없고, 누구도 찾을 수 없는, 번개를 맞은뒤에 몇분간의 혼자있었던 순간-그동안 사라졌던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다시 살아났다. 그것이 외로움이라면 외로움일까? 몇분이지났는지 모르겠다. 천둥과 번개가 조금 수그러진뒤, 핸드폰을 줍고 옆건물 현지인들이 사는 방으로 갔다. 번개를 맞았다고 하니 다들 우스갰소리로 듣는다. 하지만 내가 좀더 설명하니 다들 얼굴이 굳는다. 번개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은 살아있다. 아마 아미폰과 노트북의 연결이 번개를 끌어 다니는 역할을 했음이 분명하다. 다행히도 노트북 전원은 플러그와 연결이 안되어있는 상태여서. 아이폰-노트북 의 접지선을 타고 간것이 아니라, 내 손과 다리를 타고 내려갔나보다.

우선 트위터에 내가 아닌 다른 환자임을 위장하고 자문을 구했다. 번개를 맞은 상황에서 의심이 되는것은 갑작스러운 심정지, 번개로 인한 내부의 화상으로 인한 횡문근 융해증 그리고 횡문근융해증으로 인한 급성신장정지 등이 가능하다고 했다. 덜컥 겁이 났다. 이렇게는 죽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집 근처에 경찰서가 있고 경찰차는 4x4이니까 이런 날씨에도 병원을 갈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센터의 교무님에게 연락을하고, 경찰서에도 연락을했다. 교무님이 집까지 차를 타고 데리려 왔다. 우리 센터의 차는 2륜의 경차이니까 그렇게 멀리 까지는 나가지 못한다. 경찰서에 도착했다. 경찰서에 도착하니 경찰들이 왜 왔냐고 묻는다. 번개를 맞았다고 하니, 그들의 얼굴도 사색으로 굳는다. 당직중인 경찰에게 연락을 하고 그렇게 경찰차를 타고 만찌니의 정부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경찰차의 뒤에 앉아 한 40분쯤 갔을까. 갑자기 차가 멈춘다. 만찌니로 가는 길은 올라오던 버스가 빗길로 미끄러져 그 길을 가로 막아 더 이상 갈 수 없다고 한다. 길을 돌려 지난번에 의료봉사를 갔던 시토벨라 지역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2시간정도 지났을까 시토벨라의 정부병원에 도착했다.

다행히도 정부병원은 24시간운영한다. 지난번에 만났던 DRC에서 왔던 의사를 만났다. 우선 가볍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진료를 받는다. 난 사실 대로 부정맥과 급성신정지 등이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병원에는 EKG라든지, 응급전해질검사가 가능한 실험실 등이 없었다. DRC의사는 심음을 들어보고, 우선 부정맥이 없음을 안심시켜줬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2-3일에 한명씩 번개를 맞는 사람이 병원으로 온다고, 그리고 번개를 맞고 즉사하지 않은 경우, 대부분 아무런 이상없이 잘 살아간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받은 약은 진정제,비타민,소염제 정도였다.

다시 1시간정도 차를 타고 집으로 왔다. 번개를 맞고 놀란 가슴과, 비오는날 경찰차뒤에서의 긴장은 날 피곤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잠이 들었다. 다음날이 되었다. 부담없이 계속 소변을 볼 수 있었고, 부정맥이나 심정지는 없었다. 하루정도는 물을 많이 마시고 이뇨제도먹고 소변을 꾸준히 보게 만들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 번개를 맞은뒤 46시간 정도 후일까? 별다른 이상은 없다 이렇게. 삶은 지속된다.

번개를 맞고 살아난 뒤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이 삶이 내 삶이라고 말 할 수 있는가로 시작되었다. 예상치도 않게 번개를 맞았고, 다행히도 살아있다. 정말 사람이 죽고 사는것은 한순간이고 그것은 사람의 손이 아니라 하늘의 손에 달렸다고 말 할 수 있는것 같다. 아직 내가 할 일이 많아서였을까? 아니면 다행히도 번개가 바로 온것이아니라 한번 튕겨서 와서 다행인것일까? 아니면 번개가 내몸의 중요한부분이아니라 팔과 다리만 빠르게 통과해서 내려갔기 때문일까?

스와지랜드에 오고나서 여러가지 경험을 하는것 같다. 번개를 맞는 경험까지라니.
번개맞은 뒤의 교훈
1) 비오는날, 집안이라도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말자. 모두다 언프러그 해놓고 전원을 꺼 놓자.
2) 번개를 맞은뒤 어서 빨리 병원에 가야한다. 하지만 스와지는 정부병원이라고 해도 별차이가 없다.
3) 번개를 예방하기위해서 전자기기의 사용을 피하는것 만큼 피뢰침을 놓았으면 좋겠다.
4) 번개를 맞아도 슈퍼파워는 생기지 않는다. 마블 뻥쟁이들!!

Kaphunga, Swaziland, Africa
2/11/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