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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47)



아침에 눈을뜨니, 해가 떳다 구름이 떳다 한다. 이거 색옷을 빨아야 하는데, 날씨가 흐려서 못빨겠다. 점점 옷이 쌓여하고, 입을 수 있는 속옷이 얼마 안남았다. 사각팬티가 색옷의 빨래주기, 흰양말이 흰옷의 빨래주기를 결정하는 상황에서, 지금, 속옷이얼마 없다는것은 비상이다. 다행이도, 내일은 해가 맑게 뜬다고 했으니, 빨래를 할 수 있겠다.

어제밤 갑자기 트위터 어플을 지웠다. 다른의미는 아니고, 어제의 경험했던 일들을 보면서 내자신이 좀더 카풍아 이곳에 집중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로 어플을 지웠고, 지금 대략 20시간째 트위터free 상태이다. 자의적인 의지로 트위터를 하지 않은지 24시간이 넘어가는것은 이번이 처음이지 않나 싶다. 보통 비행기안이거나, 해외이거나, 시험중이거나, 아이폰을 분실 했거나 등으로 못했을 뿐인데- 좀더 지금 있는 곳에 집중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NET라는곳으로 부터 접속을종료한것이니까-

지난 번에 다리를 다쳤던 아이가 왔다. 사실은 수요일에 오라고 했는데 방문진료 시간이랑 겹쳐서 문이 닫혀있었다고 한다. 오늘 오면서 아보카도 를 여러개 가져다 줬다. 어제는 파파야를 가져다 주고 오늘은 아보카도 라니!! 이거 이런의미로 카풍아에서 의사를 하지 않나 싶었다. 환자들과 관계가 쌓여져가고, 물론 무상의료의 개념으로 있기는 하지만 종종 환자들이 가져다 주는 과일을 보면 행복하고 즐겁다. 한국과 다른것중에 하나가, 환자들이 가져다주는 바나나,파파야,아보카도 등은 환자들이 외부에서 사다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집에 바나나,파파야,아보카도 나무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말 그대로 무공해 수작업 가내공업 과일 ;)

몇주전에 간질때문에 얼굴에 화상을 입었다는 환자가 왔다. 사실 이 환자는 지난 금요일이후진료소를 오지 않았다. 붕대를 하는것이 귀찮고 자기가 생각하기에 어느정도 괜찮다 보니 오지 않은것이다. 하지만 4일만에 다시 진료소에 왔다.얼굴을 보자 마자 반가움에 달려나가, 얼굴을 봤다. 많이 나았지만. 이런저런 회복과정에 있고 약간의 감염이 있어보였다. 이런- 이래서 매일 진료소에 오고 드레싱을 받으라고 했던것인데, 장갑을 끼고 상처를 누르면서, '꿉둥 꿉둥?(아파요)" 이라고 물었다. 환자는 아프다고 했다. 약올리는 듯이 계속 누르면서 아프냐고 물었다. 환자는 또 아프다고 했다. 그렇니까 제발 매일 진료소에 와서 소독받고 약바르고 가라고. 부탁을 했다. 평상시 내가 잘 쓰지 않는 please 라는 말 까지 붙여가면서 말이다.

그렇게 오전이 지나갔다. 폭풍처럼 바쁜 오전이 있는가하면 오늘처럼 여유있는 오전도 있다.

오후가 되니 하교하는 초중 학교 아이들이 여럿온다. 매일 오는 아이들도 있고, 가끔씩 오는 아이들도 있다. 매일처럼 오는 아이들은 매일조금씩 증상이 바뀌어 가며 약을 받아가고 그리고 약을 길거리에 흘리고 간다. 때로는 3일치 물약을 처방해주면, 집에 가는길에 맛있어서 다 먹어버리고, 헤롱헤롱거리며 그날 밤을 집에서 쓰러져 자는 아이도 있다고 한다.

사실 무료진료소를 운영하다보면 이런 난감한 부분들이 있다. 진료소에 오는것이 정말 아파서, 필요하기 때문이 아니라, 심심하니까, 또는 물약이나 약들이 그냥 자신의 몸을 강하게 해줄것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말이다. 오늘 만해도 설사가 있는 친구에서 ORS를 처방해 줬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냥 ORS는 문밖에 떨어져 있었다. 과연 어떻게 해야할까? 무엇이 필요 한것일까? 매일 오는 환자들은 무조건 돌려 보내야 하는것일까? 아니면 매일매일 알면서도 그들에게 약을 주어야 하는것일까? 지혜가 필요할것 같다.

사실 같은 센터내의 유치원생들은 오전 11시경이면 몇십명씩 감기,두통,복통등을 주소로 진료소에 온다. 사실 유치원아이들에게 주는 타이레놀이나 기침시럽은 달달 하고 맛있기에 10시 30분에 점심을 먹고 후식 겸 오는것이다. 이번 월요일부터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모든약들을 달달한약에서 쓴약으로 바꾸어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은 거의 유치원생들이 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오는애들은 진짜로 아픈사람들. 엄청 재미 있었다. 사실 어제만 하더라고, 쓴 타이레놀을 먹은 애들이 진료소를 나가자 마자 입에서 뱉어내는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다시한번 고민이 생긴다. 무엇이 옳은 것인가? 라는 생각 말이다.

오늘 일기는 그렇게 생각이 정리되어 있는것 같지 않다.
먹구름이 보인다. 비가 오려나 보다. 번개도 치려나 보다. 전기도 나가려나 보다.

Kaphunga, Swaziland, Africa
20/10/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