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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15)



금요일이다. 아무래도 금요일은 오전진료만 있고, 다른 방문 진료등이 없는 관계로 그리 쓸만한 일들이 많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래서 주로 내가 지내는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내일은 스와지 산골 까풍아에 올라온지 대략4주차 되는 날인데 처음으로 만찌니라는 읍내로 다시 내려간다. 가서 장도보고 필요한 생필품들도 사고 그럴듯 하다.

아이폰이 고장나고 나서는 책을 많이 읽었는데, 아이폰이 돌아오고나서는 책에 손도 안 대고 있다. 다시 정신 차려야 하는데 말이다. 사실 이번주 분량 역학(Epidemiology)책을 다 못읽었다. 마저 읽어야 하는데 말이다. 점점 게을러 지고 있다는 증거일까, 그래도 다행인것은 로제타 스톤으로 하고있는 불어공부는 그래도 매일 매일 빼먹지 않고 적어도 하루에 30분씩은 하고 있다는 것일까?

고등학교 2학년때 읽었던 까르마 조프가의 형제들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때는 어떻게 다 읽었는지도 모르고 그냥 억지로 꾸역 꾸역 읽었던것 같은데, 대략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기 시작하니 뭐랄까, 꽤나 다른 책이다 다른 느낌이다. 글의 구석 구석에 있는 표현들도 느껴지는 기분이고- 사실 몇주전에 읽었던 분신 처럼 책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그것은 기우 였던것 같다. 분신은 두번째 소설이라서 그런지 많이 거칠고 읽기 힘들었는데, 까르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오히려 반대로 많이 다듬어져 있고, 그래서 인지 더 읽기 편한 기분이다.

지금- 집에 있는 문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는데, 내앞에 개 두마리가 같이 앉아있다. 사실 아침을 먹다가 남으면 조금씩 던져주곤 하는데, 그것 때문에 이 개 두마리가 나를 알아보고, 내가 문만 열면 내가 무엇을 던져주지 않을까 나를 바라본다- 지금드 멍하니 앉아서 나를 쳐다보고 있다- 미안하다 친구들아 오늘은 먹을게 없다- ㅎ

종종 진료소에서 무료진료-무료약등을 나눠주다보면 기이한 현상들을 보게 되는데, 이곳이 무료라는 이야기를 듣고 먼곳에서 오는 경우들이다. 물론 먼곳에서 온다면 이해가 간다만. 자동차로 1시간이상 걸리는곳에서 버스를 타고 오는경우도 있고 (그런경우 버스비는 20이말랑기니 = 4000원 정도) 들고, 자기 자동차가 있는 사람드 자동차를 몰고 오기도 한다. (그럴경우 기름값도 대략 20이말랑기니 정도 들고, 물론 이 가난한 아프리카 스와지에서 자동차가있다는것은 꽤 부유하다는 이야기이다). 근데 그 사람들이 이곳 카풍아 깡촌 진료소까지 오는 이유는 현지 보건소에 내는 5이말랑기니의 접수비가 아까워서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5이말랑기니(1000원)을 아끼기위해서, 20이말랑기니(4000원)을 더 소모한다는것이다. ㅎ 이건뭐 리터당 10원 더 싼 주유소에서 40리터 주유하려고 10km이상 떨어진 주유소에서 기름 넣고 오는것과 비슷한 것이랄까?!

물론 정부병원은 의사가 없는 경우도 있고 (스와지 현지에는 의대가 없기에, 약사나 조산사들에게 처방권이 있기도 하며, 몇몇 정부병원의 의사들은 다른 아프리카 나라들에서 고용되어서 온다.) 다른 경우로는 현지의 약이나 물품들이 부족하기도 해서이다. 약이나 물품이 부족해서 일찍 문을닫는 정부병원이 있다고 하니 (오전 근무라든지 말이다) 아이러니하다.

전세계 어디를 가든지 모순은 존재하는듯 하다. 그 모순을 자기가 바라볼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중요한듯하다. 나 또한 그런 모순을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게 된다.

Kaphunga, Swaziland, Africa
26/08/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