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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Kaphunga 진료소 일기 (14)


아이폰이 돌아왔다. 그리고 밀린 일기들을 올렸다. 가족과 통화를 하고, 소중한 사람과 통화를 했다. 그리고 트위터를 했다. 크레딧이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릴정도다.

어제 방문진료를 마치고 돌아왔을때 진료소 앞에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어제 오후는 진료를 안하는 날인데 왜이리 많은 사람들이 와있나 했다. 어떤 사람이 수레에 누워있는것이다. 담요를 뒤집어쓰고.... 엄청 아파보이고 추워보였다. 독감이나, 일반감기 또는 다른 감염증상인줄 알았다. 전자 체온계를 가지고 와서 체온을 측정했다. 36도. 무언가 이상했다. 이 묘한기분. 환자가 말했다 "그제, 월요일에 왔었다고, 질출혈이 평상시보다 조금 심해서 와서, 그래서 약을 받아갔는데, 질 출혈이 점점 심해지고, 지금은 춥다고 말했다" 가임기 여성의 과다 질출혈에 대한 수 많은 CPX항목들이 머리를 지나갔다. 어라, 이 친구 월요일에 내가 임신가능성을 물어봤을때는 없다고 말했었는데....

주위의 친구들을 물리치고, 나와 단둘이 있는 그때 다시 물어봤다. 최근 2달간에 남자랑 잠자리를 가진적이 있냐고, 그때서야 있다고 말했다. (이녀석!!!!) 출혈이 어느정도 심하고, 통증이 심해서 아파보였다. 우리 진료소에는 IV set은 없으니까, 그리고 그 오후에 도심/시내로 내려가는 차는 없으니까, 우선 ORS를 잔뜩 주었다. 우선 마시라고, 그리고 내일 아침 첫차로 도심/시내로 가서 산부인과 전문의를 만나보라고 말했다.

거기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IV로 saline을 줄 수 도 없고, 자궁 내진이나 초음파 등으로 검진을 할 수도 없다. 내가 할 수 없는 질환일때,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처치를 해주고 다른곳으로 쏘는 수 밖에.

비슷한 일이 오늘도 있었다. 정기적으로 우리 진료소에서 혈압약을 받아가는 할아버지가 오셨다. 기본적인 혈압약으로 이뇨제밖에 없는데, 이 할아버지는 몇달전부터 맥압도 커지고 수축기 혈압도 높아지는 경향이었다. 오늘 처음혈압은 190/90mmHg, 조금 있다가 10분정도 휴식을 취하고 다시 측정한 혈압은 180/90mmHg. 무언가 이상했다. 심음을 들어봤다. OSCE에서 배운 그대로, Aortic Valve area에서 나같은 layman이 들어도 murmur로 말할수있는, 심잡음이 들렸다. 하지만. 여기는 에코도, EKG도 없는 기본적인 시골 진료소. 기회가 될때 도심/시내로가서 심초음파와 EKG를 찍어보라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이뇨제 말고 다른 혈압약도 찾아보았다. BB나 CCB가 있었다.

종종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지극히 제한적이여서 아쉽다. 한국에서, 병원에서 인턴이라도 하고 나왔으면, 또는 FM이나 IM수련을 받고 나왔으면 조금 나아졌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진료소에서 읽고있는 책은 해리슨도, 홍창의 소아과학도, 사비스톤도 아닌 고디스 아저씨의 역학책인걸;;;

이것이 GP의 한계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sithobela지역의 GP들도 다랑 같은 상황일까 라는 의심이 들었다. 의료기기들의 부재, 주위 환경의 열악함, 약제의 부족, 그리고 의사의 한계 일까? specialist가 온다면 그부분에 있어서는 나아질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곳의 환자 스팩트럼은 참으로도 다양하다. 엉덩이와 머리부분의 bacterial infection부터 시작해서 DM foot pressure sore, AOM, COM, 과다 질출혈, skin fungal infection, HIV/AIDS 환자 기본관리, TB환자, HTN, DM환자, pneumonia, abnormal murmur, 그리고 환자는 3개월 환자부터 90살 할머니까지...

학부시절에, 본과 시절에 좀더 공부할껄 이라는 생각이 든다.

Kaphunga, Swaziland, Africa
25/08/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