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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hunga 진료소 일기

내가 할 수 있는 일들.



갑자기 집에와서 진료소 일기를 쓰고, 불어공부를 하고, 맥주를 마시며 드라마를 보다가,
불연듯이 한 비디오 클립을 틀었다. Black Eyed Peas 의 Live in Sydney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틀었다. Where is the love?

노래를 잘하는 그룹. 춤을 잘 추는 그룹. 그리고 의미가 있는 그룹.
노래를 들었다. 춤을 보았다. 그리고 그 노래를 들었다.

"Father, Father, Father, Help us"

갑자기 오늘 한일들이 지나쳐갔다.

기억에 남지 않는.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HIV환자들.
언제 죽을지 모르고, 설사 때문에, 결핵 때문에, 또는 다른 HIV의 합병증 때문에
매일매일 삶을 위협 받는 사람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 고는, 기껏 만들어져 있는 ORS를 가져다 주는일.
어찌보면 그것이 진정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싶었다.

의사 면허가 있지만, 어찌보면 방대한 꿈을 가지고 아프리카에 왔지만
진정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지금 이시간 오히려 내가 해야하는것은 그들에게 어떤 약을 주어야 할지.
이러한 증상이 있을때 이러한 약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공부해야하는 것이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좀더 나은 세상에, 좀더 나은 환경에 살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하지 않나 싶었다.

그러한것들이 고민만 한다고 나아지지는 않겠지.

15살짜리 고아 HIV환자가, 내가 고민만한다고 그 HIV 가 나아지고, 피가 섞인 설사가 멈추고 피부병이 살아지지는 않겠지.
나랑 같은나이의 27살 여자 HIV환자가, 내가 고민한다고, 그 방이 나아지고, 먼지가 있는 방들과 담뇨가 살아지고, 방에 불이 들어오고, (또는 들어오지 않지만 지낼 수 있다든지) 온몸에 힘이 돌아오지는 않겠지.

어찌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작아보인다.
내가 가지고 있는 조금의 도움을 나눠주고 그들을 응원하는것. 그것 밖에 없어보인다.
그 이상은 정말. 내가 할 수 없다.

Father, Father, Father
Help us.

오늘 밤 내가 할 수 있는 다섯 단어의 기도.

Father, Father, Father
Help us

10/08/2011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